맞춤형 자산관리 랩어카운트고금리 길어지자 성과 부진편법운용 관행 반발도 커져수탁액 2년만에 60조 감소
수탁액 2년만에 60조 감소 증권사의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시장 규모 100조원이 무너졌다.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증권사 랩 계약자산은 90조8858억원으로 집계돼 100조원을 밑돌았다. 이는 전년 동기 수치인 112조6515억원 대비 19.3% 감소한 것이다. 2022년 2월 152조4173억원까지 급증했던 랩어카운트 자산은 2년 새 60조원가량이 빠져나갔다.
랩은 고객 성향이나 기호에 알맞게 증권사가 제공하는 종합자산운용 서비스로 일임형·자문형으로 나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투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준수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인기를 끈 금융상품이지만 최근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랩 외에 증권사들의 채권형 금전신탁 잔액도 감소세다. 올해 3월 기준 채권형 금전신탁 잔액은 49조87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8% 줄었다. A증권사 관계자는"채권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채권형 상품을 중심으로 법인 자금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통상 채권형 랩·신탁은 기업이 3~6개월짜리 단기자금을 굴리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기업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맞추려고 단기 기업어음 외에도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CP를 편입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직되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환매를 요구하자 문제가 됐다. 환매가 어려워지자 다른 고객의 계좌나 증권사 고유자금을 활용해 장기 CP를 비싸게 사와 수익률을 맞춘 정황이 적발된 것이다.지난 2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랩·신탁을 불건전하게 운용한 증권사들과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국의 제재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증권사들이 랩·신탁 영업을 축소하는 가운데 시장 신뢰도도 떨어지면서 자금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특히 랩은 증권사의 금융상품 판매수익 실적에서 매출 비중이 꽤 높은 사업 부문이다.
복수의 증권사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은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고, 성장 여력이 큰 중소형 기술주를 발굴하는 상품에 대한 문의를 지속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 불확실성 속에서 초과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 수요가 주식형 랩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서울 강남의 고액 자산가를 집중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들에게 주식형 랩어카운트는 효자 상품"이라며"지점 운용 랩은 일선 PB들이 직접 상품을 선정·운용해 고객과 적극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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