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모님 일에 집착하세요?'... 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이유 비혼주의 페미니즘 싱글라이프 양민영 기자
상담의 시작을 알리는 질문이 넘어왔다. 질문을 신호로 병원에 오는 내내 구상했던 흐름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글로도 쓰지 못한 비밀의 핵심을 전해야 한다. 항상 청결한 흰색 셔츠 차림에 평온한 얼굴로 맞아주는 선생님은 어떤 면에선 심판자다. 그는 결함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진료실 내부도 눈에 거슬리는 점이라곤 없다. 그래서인지 감춰둔 이야기, 최후의 진심, 눈물이 뒤섞이는 상담 시간이 마치 의식처럼 느껴졌다. 의식의 목적은 하나, 공감과 위로였다. 여기서 내 감정을 부정당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점점 높아지는 '왜'라는 장벽에 막히는 느낌이었다. 내가 공감과 위로를 갈구할수록 선생님은 더 자주 '왜'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물론 실제로 '왜'라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넉넉한데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나를 보면서도 상담을 종료하거나 모든 이야기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귀결되는 걸 건조한 어투로 지적할 때마다 그의 표정, 말투, 눈빛이 전부 '왜'라는 무거운 과제로 나에게 돌아왔다. 왜냐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보인 진심 어린 고백과 눈물이 내가 상처받았음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갑자기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그 표정은 뭐야. 아니, 정말 모르시겠어요?
그러나 이상은 필연적으로 좌절되고 꺾이기 마련이다. 인생에는 이상에 반하는 사건이 넘쳐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와 대비되는, 한층 더 우중충하게 보이는 현실의 결핍에 몰두했다. 도저히 손쓸 수 없는 강력한 결핍은 욕망과 짝을 이루어서 한 몸처럼 움직였다. 어떻게 된 일이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을 수록 결핍이 제멋대로 활개를 치고 나섰다. 툭하면 과거를 소환하고 애써 이룬 것들을 무너뜨리고 가라앉힌 감정을 휘저어 흙탕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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