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의 자랑이기도 했던, 스스로의 자부심이기도 했던...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서
사뭇 진지한 아이들 틈에서 아이들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짐작 가능한 평범한 직업들 속에서, 다가올 미래 사회에 걸맞은 획기적이고 색다른 직업도 눈에 띄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사소한 질문이 새삼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는 왜 교사가 됐는가. 만 4세부터 교사의 꿈을 꾸고 어릴 적 소꿉놀이도 안 하고 선생님 놀이만 했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해 왔었는데, 정말 난 왜 교사를 꿈꾸게 됐을까? 아이들이 미래의 명함을 만드는 동안 나는 이미 만든 내 명함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교직경력 30년 이상을 꽉 채워 원로교사가 된 이 마당에, 명퇴와 정퇴 사이를 하루에도 여러 번 왔다갔다 하는 이 시점에 새삼스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니! 어쩜 마지막일지 모르는 새 학교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 중이어서 그럴까? 학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교사로서 무게감을 감당하기 버거워서일까? 한 없이 떨어지는 시력과 기억력에 자신감이 때때로 사라지기 때문일까? 토론의 지식을 전달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그 방법을 실행하기는 어려운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한계를 느껴서일까?30여 년 전 임용고시 합격은 내 인생의 결핍과 상실을 메워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진로 수업 중, 반드시 Y의대를 가겠다고 다짐하는 학생 B를 떠올리며, 마침 그 대학을 다니는 조카에게 그 대학 문구가 새겨진 학용품을 부탁해 B에게 건네주고, 점심시간에 깃털이 다 떨어진 셔틀콕으로 배드민턴을 치는 1학년 아이에게 쓸 만한 셔틀콕을 줄 테니 다음날 5층 교무실로 찾아와라 약속하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 만족감에 젖어 웃는다. 그리 친절한 교사는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 관심 있는 교사라며 스스로 위안과 위로를 삼으며 버텨온 듯하다. 한 선생님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초등학생 아이의 영상을 보고 기겁을 하며, 그 아이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떠올리면 걱정이 한가득이다. 학교와 교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내야 하는가! 교육의 틀을 벗어나 배움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비상식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의 행동 앞에서 학력은 배부른 걱정일 뿐이다. 내가 늘 농담조로 학교에서 제발 수업만 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씁쓸한 이유일 것이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쿠팡 '로켓배송 중단'? 제주도민에겐 '협박'인 이유검색 순위와 리뷰 조작 과징금 받은 쿠팡, 왜 '로켓배송' 중단 운운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Read more »
'좋아 빠르게 가'가 석유를 만나 '좋아 빠르게 파'?[관전평] 윤 대통령의 기습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브리핑'과 아브레우 기자간담회가 남긴 것
Read more »
'매장 가능성 석유·가스, 삼성전자 시총 5배'?... 사실일까윤석열 대통령-정부의 '기습 영일만 발표' 내용 둘러싼 의문점 두 가지
Read more »
중학생 직업체험부터 별빛 영화관까지… 사천여고, 지역사회와 '소통'6월 1일 학생·교사가 준비한 제2회 '사천여고 DAY' 행사 열어
Read more »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해 안 돼” 고백한 ‘채상병 사건’ 관한 대통령실 설명김용태 “해병대수사단의 혐의자 특정이 월권이라면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왜 혐의자 두 명 특정했나”
Read more »
[점선면] [Lite] 🎯 표적이 된 30대'최초·최연소' 정치인은 왜 표적이 됐나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