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고등학생들 묵직한 소감, 단체관람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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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의 스승] 영화 학급 단체 관람기

큰사진보기 ▲ 영화 '서울의 봄' 개봉 18일째 600만명 돌파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 '서울의 봄'이 지난 9일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개봉한 지 18일째인 이날 새벽 누적 관객 수 6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 연합뉴스영화 단체 관람 계획이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장을 앞세운 민원에 의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더러운 좌빨 교육을 막아야 한다'는 선동에 부화뇌동한 일부 학부모의 등쌀에 학교가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경북 포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아이들도 뉴스를 들은 걸까. 이튿날 필자의 담임 학급에선 영화를 단체 관람하자는 아이들의 아우성으로 시끌벅적했다. 시험공부를 하느라 영화를 볼 짬이 없었다며 기말고사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민주화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전두환의 등 이른바 신군부 세력은 군사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였다. 1980년이 되자 유신 헌법의 폐지와 신군부 퇴진,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12.12가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망각한 신군부의 만행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학교 수업에서 상세히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에겐 10.26과 5.18 사이에 끼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건너뛰는 평범한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될 뿐이다. 심지어 군 내부의 권력 투쟁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예컨대, 전두환이 저지른 악행을 손꼽아보라고 하면, 대부분 5.18과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한 이른바 '3S 정책'을 앞세운다. 더러 '땡전 뉴스'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삼청교육대를 언급하는 아이도 있다. 현대사 '덕후'라면, 녹화 사업과 금강산 댐 조작 사건, 부천경찰서 대학생 성고문 사건까지 거론한다. 지금껏 12.12를 첫손에 꼽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지금, '잘 만든 영화 한 편, 열 교과서 부럽잖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묵직한 소감을 읽노라니,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단체 관람하면 좋겠다 싶다. 중고등학생 정도면 영화 속 허구와 사실을 충분히 구별해낼 수 있을뿐더러, 그것들을 소재 삼아 별도의 역사 수업을 꾸릴 수도 있다. 며칠 전이 12월 12일이었으니, 계기 교육 자료로도 시의적절하다. 역사 교사로서, 무척 고마운 영화다.한 아이의 돌발 질문에 무릎을 쳤다. 그는 역사란 끊임없는 인과관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저절로 깨닫게 된 셈이다. 마치 블록 조립하듯 복선과 인과관계를 따져보려는 호기심은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만의 묘미다. 답변 대신 스스로 답을 찾아보도록 과제로 내주었다. 물론, 10.26 열흘 전에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이 맨 먼저 거론될 테다.공교롭게도, 얼마 전 사회과 교사들끼리 경남 창원 일대를 답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학교 내 교사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전문적 학습 공동체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말고사가 끝난 주말인 16일에 떠나기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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