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라지지 않는 카톡... 엄마와 열살 동생의 쌓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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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라지지 않는 카톡... 엄마와 열살 동생의 쌓이는 메시지 이태원 희생자 조한나 참사 소중한 기자

엄마는 무심코 현관문을 열었다. 툭 소리와 함께 문에 걸린 하얀 스티로폼 상자. 택배 송장에 적힌 딸 이름 '조한나' 세 글자가 엄마의 눈에 들어왔다. '어? 한나가 왔나?' 엄마는 황급히 딸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딸은 엄마에게"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펜션을 차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엄마와 함께 펜션을 운영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때마다 엄마는"한나가 좋아하는 강아지도 여러 마리 키우자"고 미소로 맞장구쳤다."10년만 더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 펜션 차리자"던 두 사람의 약속은 이제 엄마의 가슴에만 남게 됐다.얼마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리던 엄마는 밤엔 TV를 잘 켜지 않았다.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왜 우리 집에 왔지?' 간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을 알지 못했던 엄마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맴돌았다. 지구대 소속 경찰 두 명은 이내 경찰서 형사와 통화하라며 전화기를 건넸다.침착할 수 없었다. 통화는 이어졌지만 엄마의 기억에서 그 뒤 주고받은 이야기는 사라지고 없다. 거실 바닥에 뒹굴며"아니야"를 외치던 모습. 집 밖으로 뛰쳐나가 황급히 택시를 잡던 모습.

그런데 경찰은 딸을 데려가려면"결재가 나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엔 그날 오후 11시께 딸을 옮길 수 있었지만 엄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경찰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한나씨에겐 열 살 동생이 있다."엄마, 죽음이란 걸 처음 겪어봐서 너무 슬퍼." 한나씨 동생의 말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먼저 간 언니를 추억한다."언니가 우주여행을 떠나서 금방 돌아올 수 없나 봐.""언니가 하늘나라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이렇게 울고만 있으면 어떡해." 남은 가족들은 이렇게 서로를 토닥인다."언니 어디야? 거긴 행복하겠지...""한나야 엄마 출근한다. 밥 잘 챙겨 먹고 감기 조심해라. 내 딸 보고 싶다."엄마는"여전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계란으로 바위를 치려고" 한다. 생업 때문에 다른 유족들에 비해 활발하게 움직일 순 없지만"최선을 다해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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