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는 게 어렵나'라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고양이 길들이기 생명 길고양이 반려동물 도희선 기자
"야~ 옹." 오늘따라 두리의 울음소리가 여느 때와 다르다. 약간 목이 쉰 소리로 보채는 듯도 하고 화가 나 보이기도 한다. 연신 앞을 가로막으며 애교인지 시위인지 배를 보이며 발라당 드러눕는다.한 발자국 내디디면 따라와 또 드러눕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녀석. 마치 그동안 어디 갔다 왔냐고 투정을 부리는 것만 같다. 밥을 주어도 먹지 않고 계속 만져 달라고 칭얼댄다. 닭가슴살 간식 하나를 잘게 부숴 주니 겨우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와서 안긴다.
2박 3일은 강아지 혼자 둘 수 없다. 산책은 못 시키더라도 누군가 와서 돌봐줘야 한다. 물론 동물병원이나 반려견 호텔에 맡기면 될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워낙 멀미를 심하게 하는 녀석이니 1시간 거리에 있는 반려견 호텔에 가는 것까지가 고역이다. 막상 집을 떠나니 반려견보다 고양이 걱정이 앞섰다. 반려견은 마음 쓰이긴 하지만 집에 안전하게 있으니 먹거리를 챙겨주고 배변판만 치워 주면 될 일이다. 고양이들은 밥 먹는 시간도 들쭉날쭉에다 먹성이 좋은 한 녀석이 다른 놈의 몫까지 먹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에는 CCTV로 녀석들이 밥 먹으러 왔는지 살펴봤다. 낮에 M이 전화로 한 마리가 속이 좋지 않은 것 같다 해서 신경이 쓰이는 까닭이다.길고양이들은 처음엔 일주일에 두어 번 놀러 왔었다. 다음엔 하루에 두 번. 그러더니 낮 시간엔 아예 마당에 눌러앉길래 여름엔 그늘막을, 겨울엔 집과 방석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도시의 길냥이들과는 달리 좀체 갇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 오는 아침, 바람이 세찬 오후, 한겨울 추위에 내몰린 어스름 저녁에도 마당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는 내 속만 타들어 간다.
다들 말한다, 함부로 집에 동물 들이는 게 아니라고 정 주지 말라고. 그 말이 맞았다. 처음엔 그저 '밥이나 주지. 그게 뭐 어렵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밥이 문제가 아니었다. 생명과 관계 맺는 일은 시작은 쉬워도 내 맘대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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