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만보] 87년 9월 8일 7327부대에서 숨진 최우혁 이병의 아버지 최봉규, 형 최종순 ②
부검은 9월 9일 오후 4시에 진행되었다. 최봉규는 산부인과 의사인 친구, 아들 최종순, 처조카, 우혁이 친구 용석이와 함께 부검장으로 들어갔다. 이기범이라는 대위가 우혁이의 군복을 벗기고 가슴에 칼을 대는 순간 최봉규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휘청대는 몸, 땅이 꺼지고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 강제징집 녹화공작의 희생자 9명. 왼쪽 위부터 김두황, 최온순, 김용권, 이진래, 최우혁, 한희철, 이윤성, 정성희, 한영현. ⓒ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제공전두환 일당이 자행한 녹화사업은 프락치 강요로까지 이어졌다. 이 만행의 시작은 1982년 청와대에서 열린 보안사의 전반기 업무보고 자리였다. 여기서 운동권 출신 입대자들이 군내 반정부 낙서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전두환은 대공처장인 최경조에게"야, 최경조 너 인마 뭐 하는 거야"라고 질책했다. 이날을 계기로 보안사가 주도하는 녹화사업이 마구 자행되었다.하지만 우혁이의 죽음이 학교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장이 제대로 치러질까 염려되었다. 또 최봉규나 가족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두 아들은 꼬박 밤을 새우며 부검 때문에 헌병대와 신경전을 벌이느라 초췌한 상태였다. 아내는 살아있는 두 아들마저 탈나겠다며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이때 가족 옆에서 엿듣던 중령 하나가 수신호를 보냈는지 눈 깜짝할 새 영구차가 들어왔다. 흰 장갑을 낀 군인들이 관을 옮겼다. 최봉규가 직접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밀고 나갔다. 영현실 앞에 있던 학생들은 최봉규가 이를 멍하니 지켜보니, 어찌하지를 못했다. 그는 또 친척들 앞에서" 가정이 불우한 것을 비관하여 자살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보았다"라고 말했다. 논산훈련소에서 우혁이가 생활기록부에 그렇게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군에서 생활기록부를 쓴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당시는 경황이 없었으나 보안대가 우혁이를 심문해 학생운동에 대한 자술서를 받고 가정환경까지 캐물었다는 것을 실토한 셈과 다를 바 없었다. 아내에게는" 너 잘해야지, 잘못하면 전방으로 갈 수도 형무소로도 갈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떠들었다.의혹은 사실 끝이 없었다. 헌병파견대 사무실에서 우혁이 유품을 받을 때 한쪽 구석에 똥이 지려 있는 팬티가 있었다. 당시는 그게 왜 거기에 있고 누구 것인지를 캐묻지 못했다. 그뿐인가, 끝까지 시신을 내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장례식날 운경공원묘지에 인근 예비군부대 병력까지 동원해 보초를 세우고 삼우제에 갔을 때도 여전히 묘소를 지키고 있었다.
아내가 떠난 날은 1991년 2월 19일, 몹시 추웠다. 마포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화곡동에 있는 성모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거기엔 싸늘하게 식은 아내 강연임이 하얀 천에 뒤덮여 있었다. 우혁이의 죽음 이후 아내는 거의 넋을 잃었다. 군대를 가라고 성화를 부린 자신이 귀한 아들을 죽였다고 가슴을 치고 또 쳤다. 입버릇처럼 불구덩이를 쓰고 죽겠다고 말했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주호민“ 장애혐오 보도 옆 수어 통역···충격으로 다가왔다”“제일 끔찍했던 장면이 JTBC 사건반장 보도 장면이었어요.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
Read more »
[사반 제보] '내가 거지냐'...서비스 요청 거절당하자 난동 부린 손님인천 부평구의 한 제과점을 찾은 손님이 호두과자 한 봉지를 더 달라며 서비스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난동을 부리는 모습. 〈영상=JTBC '사건반장'〉 직원이 호두과자를 담은 봉투를 손님에게 건넵니다. 가게 밖으
Read more »
손흥민·이강인 탁구 사태 일파만파...김진수 “내가 할 수 있는 말 없어”영국 매체를 통해 알려진 ‘클린스만호’ 내분 논란에 대해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전북)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수는 14일 14일 전북...
Read more »
우리 동네가 아동친화도시?…살면서도 몰랐네요“국내 ‘아동친화도시’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자녀를 1~2명씩 두고 있는 40대 중반 아빠 8명에...
Read more »
“회색빛 우리 동네, 녹지 갖춘 IT허브 된대”···준공업지역 해제 나선다는 이곳 ‘들썩’서울시, 서남권 대개조 구상 발표
Read more »
“우리 의사선생님은 바지사장이었다”…악마의 꼬드김 사무장병원 [어쩌다 세상이]금감원·경찰청·건보공단, 사무장병원 조사 “보험사기 가담 환자들 벌금 대신 실형도”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