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건 아무리 법을 바꿔도, 경비노동자가 철저히 약자인 고용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A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정문에 관리사무소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동료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다원 기자
14일 서울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 A씨가 투신해 숨졌다. 그는 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단서를 남겼다. 유서 격인 호소문에서 고인은 생전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모욕적 언사 탓에 괴로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동료들도 신임 소장의 인사 갑질을 이구동성 증언했다. 그의 죽음이 부당한 지시 때문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건 아무리 법을 바꿔도, 경비노동자가 철저히 약자인 고용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만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한 경비원은 “공고 기한이 지난 게시 글을 실수로 내리지 않았는데, 경비대장을 통해 시말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 ‘고용노동부에 문의하겠다’고 하니 없던 일이 됐다”고 황당해했다. B씨가 “주민들이 경비원들의 희끗한 머리를 보기 싫어하니 검은색으로 염색하라”고 지시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이 아파트 주민은 “지금까지 주민과 경비원들이 큰 문제없이 지냈는데, 최근 부쩍 그만두는 분들이 많아 의아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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