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수원이다. 대전에서 2500가구가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
이번에는 수원이다. 대전에서 2500가구가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수원 보증금 미반환 사태 역시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현재 파악된 수치만으로도 피해 가구는 700가구에 이르고 피해 금액은 8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쯤 되면 전세사기를 피해간 도시를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적어도 광역지자체 단위에서는 단 한 곳도 없다.
연거푸 터지는 전세사기 뉴스를 보며, 정치와 행정의 무능과 무책임함을 절감한다. 지난해 말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될 때만 하더라도, 선례가 부족하다 보니 대응을 민첩하게 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지금까지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 사례가 쌓였고,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한 상황이었다. 피해 사례에 대해 철저하게 실태조사를 하고 전세가율 및 갭투기 현황을 분석했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터지는 지역마다 속수무책으로 피해만 커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사기 일당의 문제가 아님이 명확했음에도, 우리 지역이 아니면 그만이라고, 지금 여론만 잠재우면 된다고, 적당히 넘겼던 정치와 행정의 안일함이 야기한 결과이다.
기본적인 대응조차 못하니,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하는 사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사각지대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특별법에 따라 구제를 받으려 해도, 전문적인 법률 지식에 대한 이해부터 까다로운 행정 절차까지 세입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니 장애가 있는 사람,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 한국의 법체계를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 등이 소외되고 있다. 이렇듯 특별법의 여러 허점에 대해서는 다뤄지지도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다. 정치권은 포괄적인 대응은커녕 여전히 자기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이후 점검 및 개정의 시기와 맞물렸다. 전세사기 관련 안건은 고작 한 개, 그마저도 피해자들의 절규 끝에 안건화됐지만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토론하기보다는 관성적인 대답으로만 일관된 시간이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제의 반의 반만이라도 준비하고 다뤄졌다면 세입자에게 다가올 앞으로의 시간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테다.
다가오는 겨울은 국회의 시간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제조차 ‘정치적’이라고 참여를 거부한 대통령에게야 애당초 기대를 못하더라도, 임기의 끝을 달리는 국회의원들이 유종의 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부터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시스템 마련 등등, 정치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언론에서 다시 전세사기 이슈가 다뤄지자, 부랴부랴 피해자를 만나기 시작한 정치인들이 꺼낸 무거운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겠다. 이번에는 부디 공허한 만남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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