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의 풀뿌리] 금융사기 피해를 개인이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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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금융사기 피해를 개인이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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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때 가족들이 모인 김에 집안일에 쓸 모임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연구소 계좌로 이용...

지난 추석 때 가족들이 모인 김에 집안일에 쓸 모임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연구소 계좌로 이용하던 인터넷은행에 계좌를 하나 더 만들고, 두 명에게 계좌번호를 공유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모르는 사람에게서 3만원이 입금되더니 다음날엔 또 다른 입금자명으로 50만원이 입금되고 두 시간 뒤에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신고돼 지급정지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요일이라 다음날 아침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더니 메시지는 사실이고, 은행은 내게 다른 은행 출금도 제한될 것이라 ‘통보’했다. 영문을 알 수 없으나 나도 피해자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냐고 주장했지만, 은행은 보이스피싱 범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은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계좌가 해킹되었을 거라 말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다른 해킹 피해가 없는데 계좌번호는 어떻게 유출되었을까?이때부터 4년 전부터 사용해온 연구소 계좌도 이용정지돼 회원들의 회비납부조차 불가능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타인의 계좌에 입금하고 사기로 신고해 거래정지시킨 뒤 합의금을 뜯어내는 ‘통장협박’이라는 신종사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아직 협박 메시지를 받지 못했지만 돈을 돌려주겠다는 은행의 중재조차 거부한다는 신고인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은행은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모두의 살림살이가 어려운 와중에도 2022년에 국내 은행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18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인터넷은행도 큰 흑자를 기록하며 잔치를 벌였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이자수익임에도 예금을 보호해야 하는 은행의 책임은 사라지고, 사기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불운 탓이 되어버렸다.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과 피해건수는 2022년 기준 5438억원, 2만1832건으로 계속 감소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기이용계좌로 지급정지가 되는 건수는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20년 2만191건에서 2022년 3만3897건으로 늘어났다. 신속하게 계좌를 막는 것도 필요하지만 신종 사기수법에 대응하려면 보완하는 대책들도 필요한데, 그런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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