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푸틴의 韓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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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옛 소련 정상을 통틀어 북한에 간 유일한 인물이다. 더구나 19일 방북은 2000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푸틴은 2000년 5월 공식 집권한 지 2개월 만에 방북을 실행했다. 중국을 거쳐 평양에 간 뒤 일본 오키나와 G8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푸틴 동선에서 한국이 빠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충격이 컸다. 동독..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옛 소련 정상을 통틀어 북한에 간 유일한 인물이다. 더구나 19일 방북은 2000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푸틴은 2000년 5월 공식 집권한 지 2개월 만에 방북을 실행했다. 중국을 거쳐 평양에 간 뒤 일본 오키나와 G8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었다. 푸틴 동선에서 한국이 빠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충격이 컸다. 동독에서 국가보안위원회 요원으로 일한 푸틴은 공산주의에 대한 향수가 강했다. 냉전 종식 후에도 공산 체제를 유지하던 북한에 대해 관심과 경외심이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어렵게 수교한 한국이 자국을 무시하고 경제 지원에 소극적인 데 대해 불만이 컸다. 한국을 혼내주자는 분위기는 보리스 옐친 2기 집권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있었다. 하지만 술독에 빠져 일을 제대로 못한 옐친은 반한 외교를 적극 가동하지 못했다. 푸틴은 2000년 김정일과 만나 상대국 침략 위기 시 즉각 접촉한다는 약속으로 안보 협력 끈을 복원했다. 반면 한국은 푸틴 집권 초반 맥을 못 췄다. 2000년 6월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러시아에 갔지만 방북 준비에 바쁜 푸틴을 만나지 못했다. 지난 1월 방러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처럼 특정국 외교장관은 푸틴과 면담이 가능한데 당시 한국은 제외됐다. 그해 10월 이한동 국무총리는 푸틴과의 면담을 위해 크렘린 광장 주변을 배회했지만 끝내 실패했다."바빠서 어렵다"는 답변이 뒤늦게 왔다. 대통령이 총리를 만나는 게 격이 안 맞는다는 이유였지만 몽니이거나 핑계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번에 푸틴은 '국제 왕따국' 간 연대를 위해 북한에 갔지만 한국도 나름 중시한다.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은 우리에게 감사를 표하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2주일 뒤 북·러 간 상호 군사 원조 제공과 군사기술 협력이 발표됐다. 설마 했다가 허를 찔렸다. 24년 전 방북 때 푸틴은 정보요원 출신의 '외교 애송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외교 달인'이 됐다. 우리를 대하는 푸틴의 강온 전략을 쉽게 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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