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100년간 사과 없는 日정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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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100년간 사과 없는 日정부

경수현 특파원=일본은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최근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이슈가 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인한 원전 폭발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원전 사고는 12년 전에 발생한 재해지만, 아직도 일본은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만큼 그 충격은 막대하다.하지만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수도권인 간토 지역에서 발생한 간토 대지진이다. 일본 정부의 기록으로는 당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무려 10만5천명이었다. 동일본대지진의 5.8배에 달한다. 경제적인 피해도 당시 국민총생산의 약 37%로 동일본대지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향이 컸다.

그런 만큼 간토 대지진은 일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일본의 방재 정책에서 일대 전환점이 된 재해로 자리매김해있다. 지진 다음 해인 1924년에는 건축물법시행규칙의 구조물 강도 규정이 개정됐고 이에 맞춰 지진력 관련 규정이 세계 처음으로 제정됐다. 도쿄제국대학에는 지진연구소가 설립돼 일본이 지진학으로 큰 발전을 이루는 발판이 됐다. 일본 정부는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9월 1일을 '재해의 날'로 정해놨다. 또 재해의 날 전후 1주일을 방재주간으로 지정해 중앙정부를 비롯해 곳곳에서 방재훈련과 행사 등을 치른다.특히 올해는 간토 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당시를 되돌아보고 실패에서 교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일본 정부는 재해대책기본법에 따라 매년 국회에 보고해온 방재백서의 올해 발행본에 간토대지진을 특집으로 실었으며, 주요 신문들도 간토대지진 100주년 특집 기사를 잇따라 다루고 있다.

후쿠다촌 사건은 행상 15명이 조선인으로 몰려 9명이 학살당한 사건이다. 간토대지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다. 간토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불을 질렀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수많은 조선인이 자경단, 경찰, 군인에게 학살당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수만 명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정확한 희생자는 알 수 없다. 한 번도 제대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조차 지난달 특집 기사에서"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각지의 자경단이 일본도와 도끼로 무장하고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고 언급했을 만큼 불행한 역사가 있었음은 일본 주류 사회에서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불행한 사건 뒤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야당인 사회민주당 대표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은 일본 국회에서 간토 대지진 당시 내무성 경보국장이 각 지방에 보낸 전보와 당시 국회 의사록 등을 제시하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유언비어를 내보냈으면서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전보는 당시 경찰 중앙 조직이 조선인들의 방화로 힘든 상황이어서 계엄령을 내린 만큼 각지에서 엄중하게 단속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쿠시마 의원은"이게 학살의 엄청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러나 답변에 나선 경찰청 간부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기류라면 머잖은 시기에 일본 정부로부터 책임 있는 발언이 나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기오 참의원의 말처럼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지는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적어도 100년 이상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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