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문학동네 | 336쪽 |1만6800원 ‘원경’과 ‘근경’, ‘줌인’과 ‘줌아웃’, ‘거시’와 ‘미시’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차이는 우리를 혼...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김기태 작가. 문학동네‘원경’과 ‘근경’, ‘줌인’과 ‘줌아웃’, ‘거시’와 ‘미시’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차이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김기태 작가의 단편소설 9편을 묶은 은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법한, 혹은 우리 자신이기도 한 평범한 이들이 겪는 ‘원경’과 ‘근경’의 괴리, 이에 따른 혼란, 타협, 나아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응당 좇아야 하는 윤리에서도 포착되고 사랑을 말할 때 나타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를 논할 때 두드러지는가 하면 계급 문제 속에 스며들어 있기도 하다. 이 때 개인은 풍경 속 정물, 구조에 포획된 존재이면서도 끊임없이 윤리적 고민을 하며 나아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첫 번째 수록된 작품 ‘세상 모든 바다’의 한국계 일본인 하쿠는 케이팝 걸그룹 ‘세상 모든 바다’의 팬이다. 그는 세모바 콘서트장 앞에서 만났던 중학생 영록이 사고로 사망한 후, 영록의 고향인 해진을 찾는다. 그곳에서 원전 건설 이행을 요구하는 주민을 만나고 영록의 말투와 닮았음을 떠올리며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서명을 하려는 순간, 일본인으로서 이 서명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을 하게 되고 뒤이어 또 다른 질문들을 떠올린다. “어느 쪽이든 그 서명은 분명한 이름을 요구했다. 한번 멈칫하니 서명 자체가 옳은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 아주머니는 주민들을 얼마나 대표할까. 단지 보상금의 문제 아닐까. 그렇다고 원전을 또 지어도 될까. 이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은 없을까. 나는 대체 누구로서 무엇에 동의를 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세모바의 콘서트장 앞에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한 대학동아리가 벌인 퍼포먼스가 테러로 오인되면서 세모바와 동일시했던 하쿠의 정체성과 윤리는 허물어진다. 퍼포먼스가 참사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영록이 사망하면서 하쿠는 영록의 사망에 자신의 책임이 있는 건 아닌지 고뇌한다. 한편 세모바 멤버 ‘송희’가 퍼포먼스를 벌이다 사망한 이들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기며 소셜미디어에서는 논쟁이 벌어진다. 반면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정반대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재의 삶과 무관해 보이는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의 뿌리가 어떻게 변형되고 이어져 오늘날의 평범한 이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는지를 다소 희망적으로 드러낸다. “두 사람의 역사는 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출발해 조선인들의 연해주 이주, 한국의 외환위기까지의 역사를 빠르게 요약한다. 소설이 도달한 곳은 21세기 서울 동북부의 한 중학교. 그 곳에는 ‘미납자’로 서로를 알고 있는 권진주와 김니콜라이가 있다. 진주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부모의 불화 속에 성장했고, 니콜라이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인종차별로 모스크바를 떠난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다. ‘미납자’로 서로를 인식했을 뿐, 대화조차 안했던 이들은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잊는다. 그러다 성인이 된 후 각자 경기도 동남부의 한 도시로 독립하면서 재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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