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대체하는 검찰청법 폐지안과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대체하는 검찰청법 폐지안과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과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법안을 발의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경찰-검찰-법원으로 이어온 형사사법 체계를 갈아엎겠다는 것이다. 형사사법 제도가 어떤 구조여야 하는지는 국제 기준상 명확하다. 복잡하지 않아야 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수사 책임자가 명확하면서,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검찰 해체 법안을 둘러싼 우려는 작지 않다. 먼저, 법률가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절차가 복잡해진다. 과거에는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에 전부 송치하면 검찰이 처음부터 검토해 보완한 후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면서, 고소인은 별도로 이의신청을 해야 하고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떠넘기는 사이 처리 속도는 늦어지고 법률비용은 증가했다. 이번 법안은 범죄 유형별로 수사기관을 나누어 경찰청, 중수청, 공수처가 병존하는 구조다. 사건의 관할부터 헷갈리고, 절차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법률 대응 능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정보와 자원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수사 책임자가 불분명해진다. 이번 법안은 국가수사위원회라는 거대한 권력을 신설하는데, 위원회는 모든 수사기관을 지휘·감독하고 수사 정책과 법령 제·개정, 심의사건 조사와 처리까지 전방위적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 통제는 권한을 집중시킨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감시하려면 개개 사건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수사와 증거를 점검하는 고난도의 노동집약적 작업이 필요하다. 국가수사위원회는 11명으로 구성되며, 대통령·국회·추천위원회가 추천한다. 2024년 한 해에만 고소 48만건, 고발 9만건이 접수됐다. 위원회는 이 많은 사건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내용 통제 없는 수사권은 남용되기 마련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다. 셋째, 검찰이 담당해 온 공익 기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물론 검찰은 강자에게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주목받는 사건만 선택적으로 수사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모든 기능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검찰은 경찰 수사를 법률적으로 통제하는 유일한 전문가 조직이고, 기소 전 단계에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기능도 수행해 왔다. 학대 아동 보호명령, 친권 상실, 후견인 지정 청구 등은 사건 기록에 대한 실질적 검토를 전제로 하는 공익 기능이다. 이 중요한 기능을 검찰 없이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대안은 법안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여기 구독 구독 그렇다고 검찰을 지금처럼 둘 수는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뒤 항소조차 하지 않은 검찰의 침묵은, 권력형 범죄에 공조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약자에겐 무관심하고 권력자에겐 유약한 검찰에 국민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검찰 제도가 왜 생겨났는지, 그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면 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의 방향처럼,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권은 폐지하되,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은 복원하고, 모든 사건을 검찰이 송치받아 기소 전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보완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절차는 단순해지고 책임은 분명해져, 시간과 비용을 줄이며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무너뜨리는 건 쉽지만, 무엇을 남기고 지켜야 할지조차 고민하지 않은 개혁은 혼란만 남긴다. 제도는 허무는 것보다 고치는 일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목욕물은 버릴 수 있어도 아기까지 함께 버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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