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으로 볼 수 없는 일을 제정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제정신으로 볼 수 없는 일을 제정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누가 계속 그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인간인가, 수없이 되묻는 시간이다. 팔레스타인 전쟁 속보를 부산역 대합실에서 처음 들었다. 함께 모여 뉴스를 응시하던 사람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눈동자 속에는 불안감이 차오르고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길, 일요일 오후 동서울터미널에는 동부전선으로 귀대하는 군인들로 붐빈다. 군복이 어울리지 않는 앳된 얼굴의 군인을 보며 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여기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땅. 아무리 모른 척하며 살아가도, 전쟁위기가 고조되면 그 진동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게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이곳의 하늘 위로 겹쳐진다.
‘이제 하마스는 끝났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없앨 명분을 잡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불쌍하게 됐다….’ 가장 선량한 사람들의 태도라 할 만한 동정심도 여기에 머문다.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가 지금 일어나는 보복학살의 명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전쟁은 하마스의 기습에 의해 개전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아랍병원에 미사일이 떨어지기 전에 촬영된 영상이다. 어린이들이 동그랗게 손에 손을 잡고 서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웃는 모습. 어른들은 종종 어린이들을 이 병원 안마당으로 데리고 왔다. 어린이들이 공습에 겁에 질려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놀고 난 후에는 함께 마당을 청소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터를 돌보고 가꾸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거기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은 없다. 가장 많이 울었지만 나는 비로소 전쟁에서 죽음만이 아니라 삶도 보게 되었다. 주검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지켜왔는지를 영상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어야 할 것은 그것이 누구의 폭탄인가가 아니라 그곳에 어떤 삶이 있었는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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