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없다는 세간의 한탄 속에 정치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사법 결정들이 아쉬운 대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재구성해보았던 ‘방통위 사태’는 행정법원에서 ...
정치가 없다는 세간의 한탄 속에 정치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사법 결정들이 아쉬운 대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재구성해보았던 ‘방통위 사태’는 행정법원에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로 초래된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처분이 위법의 합리적 의심을 받은 결과다. ‘비정상적’ 공권력 행사가 확인됨으로써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방송장악’을 도모하려는 대통령의 무도한 구상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급법원이 ‘일개’ 단체의 임원 선임에 대해 내린 잠정적 결정이지만 방송을 둘러싼 정치권력의 충돌 상황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헌법적 의미가 적지 않다.
흔히 법을 해석하고 사건에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은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런 일반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법을 담당하는 재판기관을 정치를 담당하는 입법권이나 행정권으로부터 독립시킨 사법독립의 관점에서 사법은 당연히 정치를 멀리해야 한다. 사법을 담당하는 공무원인 법관에게 전문성을 가진 법률가의 자격을 원칙적으로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사법에 고유한 법 해석과 적용의 전문성, 즉 ‘법적 사고’의 특수성에 있다. 그런데 법관에게 법적 사고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강조하다보면 역설적으로 원래 법관이 해석하고 다루는 법이 정치적 산물이고 사법 결정 또한 정치적 가치판단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전제를 소홀히 하기 쉽다. 나아가 법관이 가지는 사법권이 민주공화국 헌정 체계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라는 헌법적 가치 또한 놓치기 쉽다. 독립된 사법권과 그를 실행하는 법관의 헌법적 역할은 ‘국민의 법관’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공화제를 수호하기 위하여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헌법적 책무를 가진다. 혹여나 담당하는 재판에서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다룰 때 적용되는 법이 가지는 헌법상 권력관계의 실상을 소홀히 하게 될 때 국민의 법인식과 동떨어진 엉뚱한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윤 정부가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책... 대참사 우려[임성희의 환경리포트] 강을 파헤치고 둘러치고 가로막는 것이 환경부 역할?
Read more »
가석방 중이던 태국 실세 이 남자...30대 딸 총리 오른 다음날 사면정계 복귀해 ‘상왕’ 역할 할 듯
Read more »
한동훈, 이재명과 회담 앞두고 ‘금투세 페지’ 압박...“개미 보호해야”韓,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과 간담회 “밸류업 토대 만드는 건 공적 역할”
Read more »
“대박 예감, 색다른 경험 원해?”…MZ성지 노리는 부산 ‘커넥트현대’ 6일 개장“MZ세대 놀이터 역할 기대…지역에 활력 넣을 것”
Read more »
[매경데스크] 착한 해커와 착한 AI해킹 잡는 화이트해커보안위협에 역할 커져딥페이크 더욱 고도화악용막는 AI기술 시급
Read more »
[정동칼럼]고종과 윤석열조선 최악의 왕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선조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의 이승만처럼, 백성들을 버리고 혼자 ...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