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보고서, 칼럼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에너지 정책, 방위비 분담금, 북핵 대응문제 등을 고심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가치 외교에 적극 호응해 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 거래 중심의 한미관계로 급격히 전환할 때 빚어지는 정체성 혼란을 대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사실 진작부터 대통령실 참모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이와 연동될 주한미군의 감축 내지는 역할 전환의 문제, 트럼프-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협상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세부 계획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지만 트럼프 2.0의 매운맛은 혹독했다. 미국 대선 일주일 만에 원화 약세 는 가팔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09원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반도체 등의 수출 전망과 기업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주식 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다.
크게 두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윤석열 정부가 대외적으로 추구해 온 대외 전략의 정체성 문제. 그동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가치 외교에 적극 호응해 온 윤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 거래 중심의 한미관계로 급격히 전환할 때 빚어지는 정체성 혼란을 대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런데 자유 가치를 기반으로 든든하게 결속되어 있다고 강조해 온 한미 관계가 갑작스레 돈을 내는 만큼 주고받는 관계로 돌변했고,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생존전략이라는 태세 전환은 윤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10배는 인상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제가 있다.
둘째, 흔들리는 정체성의 또 다른 차원은 트럼프의 귀환을 오직 우리 안의 당파 싸움에 이용하려는 일부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발견된다. 한국 보수의 한켠에는 트럼프의 재선을 열렬히 환영하는 집단이 있다. 이들은 미국 진보 좌파와의 문화 전쟁에서 승리한 우파 스트롱맨으로서의 트럼프에 주목한다. 정치적 올바름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미국 민주당을 제압한 트럼프에게서 희망과 위안을 찾으려는 보수를 건강한 보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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