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가 떴다. “한국계 교토국제고, 연장전 끝에 日 고시엔 우승.” 이웃나라 야구대회 하나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좀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
속보가 떴다. “한국계 교토국제고, 연장전 끝에 日 고시엔 우승.” 이웃나라 야구대회 하나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좀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고교야구 의 인기가 무척 높았다. 웬만한 신문사마다 거창한 이름의 대회를 주관했다. 대붕기, 봉황대기, 청룡기, 화랑대기, 황금사자기 등등. 이러다 선수를 혹사시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더니 프로야구 출범 후 관심이 졸지에 뚝 끊겼다.
그 당시에도 일본의 사정을 간간이 듣기는 했다. 갑자원 대회. 본선 진출만 해도 꿈의 무대로 불리며, 이기고 나면 마운드의 흙 한 줌을 기념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일본은 그 인기가 여전한 모양이다. 올해 고시엔 대회에서 한국계 민족학교가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 뉴스를 접하는데 한국어로 부르는 교가가 자꾸 눈에 밟힌다. 어쩌면 소월이나 지용의 시 한 구절처럼 입에 착 감기는 가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여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 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로 마무리되는 4절의 전체 가사는 낯선 땅에서 ‘자치의 깃발 아래’ ‘자주의 정신으로’ ‘문명의 새 지식을 탐구하는 희망’을 진솔히 드러내고 있었다.
야구는 野球로 적는다. 축구나 배구 식의 명명이라면 야구는 투구나 타구여야 한다. 어째서 야구는 이름에 저 거친 들판이 들어 있는가. 야구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떠오르게 하는 경기다. 홈을 떠난 뒤 풍파를 겪으며 1루를 밟고, 간난을 뚫고 2루로 갔다가, 신고를 거쳐 3루에 안착하고, 파란을 이긴 뒤 마침내 홈으로 귀환하는 것. 희로애락의 인생 사계절과 이처럼 절묘하게 엮이는 경기가 또 있을까. 옹골찬 선수들이 일군 기적에 흥분되어 내가 거친 학교들의 교가를 찾아보았다. “우람히 굽이쳐온 아세아의 거창한 얼이 여기 장산 기름진 벌끝 그 염원을 이루었나니 동고 동고 거룩하다 그 이름.” 그리고 이제는 폐교가 되어버린 경남 거창군 주상면 완대초등학교의 그 적막한 교가를 읊자니, 이날 저 재학생들에게 고시엔이 천국이듯, 내게도 나의 모교는 잠시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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