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우승을 못 보셨겠네요? 출연 중인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
1994년 LG 트윈스 선수들이 이광한 감독을 헹가래 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럼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우승을 못 보셨겠네요? 출연 중인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가 LG 트윈스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그의 나이 이십대 중반, 그리고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은 29년 전인 1994년. 마침 그 소중한 1994년을 경험해 아이에게 팀을 대물림해준 그의 부모들도 이렇게까지 오랜 기다림이 시작될 줄은 몰랐을 게다. 그러니 지난 3일, 정작 본인들의 경기가 없음에도 경쟁자인 NC 다이노스와 KT Wiz의 패배로 LG 트윈스의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된 순간은 해당 팬들뿐 아니라 야구 팬덤 전체에도 하나의 사건이다. 모든 야구팬에게 자기 팀의 우승 기원이란 비올 때까지 계속되는 인디언 기우제 같은 행위지만, 29년이면 하늘의 모든 물이 마른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법한 시간이다. 기다림이란 단순히 기대감을 유지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감을 억누르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너무 드라마틱하게 과장할 필요는 없을 게다. 지난 시즌에도 LG는 강팀이었고 2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패배하며 간발의 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과거 왕조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안지만-오승환 이후 최고의 불펜 듀오라 할 LG의 정우영-고우석 조합은 올해도 건재했으며 행복한 상상을 펼칠 조건은 상당히 많았다. 어떤 면에선 직전까지 ‘8587667’이란 처참한 순위를 기록하다가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던 2013년이 더 드라마틱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다만 소위 우승 적기의 퍼즐이 거의 다 맞춰지며 우승 확률이 올라갈수록 ‘올해도 못하면 정말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비례해 커진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눈앞에 어른거리던 우승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류지현 감독이 경질되고, 일종의 우승 청부사로 염경엽 감독이 임명됐지만 시즌 초 무분별한 도루 작전은 오히려 팀의 공격 흐름을 꺾기 일쑤였다.
144경기 중 좋은 날은 적고 속 터지는 날은 많다. 야구팬으로 사는 건 공허함 대신 화병을 선택하는 일에 가깝다. 9회 말 대역전극의 환희란 8회까지 쌍욕을 하며 봤다는 얘기다. 그 과정을 봄부터 가을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반복한다. 어쩔 수 없다. 오후 6시 반에 TV를 켜면 어김없이 우리 팀을 비롯해 다 같이 바보 같은 공놀이를 하고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바보들이 그걸 욕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익숙한 감각이 차가운 캔맥주와 함께 하루에 안정적인 마침표를 찍어준다. 20년이 넘도록 우승 못하는 팀을 지켜보는 것도 그러하다. 대상의 좋은 점만 체리피킹 해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팬으로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다. LG 영구 결번인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이 25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걸 감격스럽게 지켜보는 만큼,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하나였던 그가 은퇴 시즌까지 결국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씁쓸함도 삼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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