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울리기는커녕 차게 식었다. 석사논문 표절 문제 이후, MBC의 신규 프로그램 (이하 )을 통해 약 3년 반 만에 강연 무대에 복귀한...
심장이 울리기는커녕 차게 식었다. 석사논문 표절 문제 이후, MBC의 신규 프로그램 을 통해 약 3년 반 만에 강연 무대에 복귀한 한국사 강사 설민석의 강연을 들으며 느낀 기분이다. 오해를 피해 미리 말하면, 논문 표절은 교육자로서 큰 잘못이지만 적어도 그가 방송인으로서 충분한 자숙 기간을 보냈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번 강연에서 밝혔듯 다시 대학원에 입학해 논문을 쓰고 떳떳해지고 싶다는 각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가 과오를 반성하고 다시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나아갈 앞으로의 과정을 응원하고 싶다. 단지, “어느 자리에서도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인간 설민석의 새까만 흑역사를 공개”하겠다던 이번 강연이 결과적으로 기만이자 허위매물이었을 뿐이다. ‘한계’를 주제로 꾸려진 이번 방송에서 그는 육체적, 환경적 한계로 자신이 경험했던 흑역사를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한국사 강사가 되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능숙한 화술로 풀어냈다.
삶의 주요 고비마다 경험한 한계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던 설민석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최강 지옥을 맛봤다”고 고백했다.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그 고난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대학원으로 돌아가 다시 논문을 쓰려는 건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구성된 서사는 상당히 비겁하다. 그의 진정한 흑역사는 논문 표절 논란이 아니라 논문 표절 자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수많은 한계와 인생의 단계들을 본인의 노력과 인식의 전환으로 극복한 과정으로 재구성한 뒤, 그 모든 고난을 뛰어넘는 최종 고난으로서의 논문 표절 문제를 마치 새롭게 마주한 것처럼 말한다. 이건 선후가 바뀐 이야기다. 여러 고난을 잘 극복했지만 표절 논란이라는 예기치 못한 고난을 경험한 게 아니라, 그가 한계를 넘어섰다 강연에서 자랑스레 밝힌 그 과정 중에 실은 논문 표절이라는 편법이 동원된 것이다.
이번 설민석의 강연과 이 흥미로웠다면, 강연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심장을 울리는’ 소위 명강연이라는 것이 어떤 기술과 기만들로 지탱되는지 꽤 투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설민석은 이날 자신의 한국사 스토리텔링의 비법을 개연성과 갈등, 반전의 세 요소로 설명했는데, 그가 자신의 흑역사를 서사화한 방식도 정확히 그러하다. 자신이 지닌 한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꿈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한계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찾고 성공한다. 이야기의 힘이 강한 건 쏙쏙 기억에 남아서만은 아니다. 이야기로 구조화될 때, 재능 있고 독한 한 개인의 일회적이고 우연한 성공의 경험은 모두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는 보편적인 가르침이 된다. 좋은 일이다. 그것이 가끔 진실을 왜곡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단순히 설민석 개인의 과오가 희석됐단 걸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경험이 하나의 서사 구조로 깔끔하게 환원될수록 수많은 취사선택이 벌어진다.
첫 방영부터 화제를 모은 의 첫 주제가 ‘한계’인 건 그래서 재밌는 우연이다. 방송에서 ‘어벤져스’로 명명된 강연자들 다수가 미디어에서 그들 경험과 전문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의 권위를 획득하고 발휘해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설민석은 표절 논란 전까지 잘 가르치는 한국사 강사를 넘어 MBC 공식 홈페이지에서 ‘역사의 신’으로 소개되었으며, tvN 에서 본인 전문분야를 넘어선 로마사, 중국사, 현대 전쟁사 등을 다루다가 수많은 사실 오류를 범했다. 의 강연자 중 하나이자 진행자이기도 한 오은영 박사는 정신건강의학자이자 뛰어난 상담가지만 ‘국민 인생 멘토’ 역할까지 맡기는 버거워 보인다. 당장 MBC 에서 문제 부부에 대한 그의 솔루션은 심리적 갈등과 이해의 개인적 차원에 국한되며 가부장적 문화의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공적 차원의 문제는 종종 누락되거나 주변화 된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위근우의 리플레이]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 성희롱 논란…천하람이 뒷걸음질로 맞췄다?지난 4월, 천하람 당시 국회의원 당선인은 일본 성인 동영상(Adult Video, 이하 AV) 배우들이 출연하기로 한 성인 페스티벌이 지자체들의 반대로 취소되자 페이스북을 ...
Read more »
[위근우의 리플레이]6월25일 기아·롯데전 ‘6·25 대첩’ 표현…타이거즈는 ‘북한군’ 취급제발,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내용으로만 화를 내고 싶다.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 반복되는 실책, 무기력한 패배, 무기력한 연패만으로도 야구 팬의 일상은 충분히 힘들다. ...
Read more »
설민석, 3년만 방송 복귀 “떨리고 공포스러웠다”(‘강연자들’)설민석이 3년 만에 대중 강연에 나선다. 12일 첫 방송되는 MBC 신규 예능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은 대한민국 각 분야 대표 아이콘 7인(오은영, 김성근, 한문철, 금강스님, 설민석, 박명수, 김영미)이 모여 펼치는 심장 펌핑 합동 강연쇼다. 평균 연령 59.9세의 강연 ‘꾼’들이 어떤 강연으로 우리들의 심장을 뛰게 할 것인지, 공
Read more »
트럼프 2기 외교 참모 후보들, 한국 핵무장 “한·미 긴밀히 논의할 사안”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외교안보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거론되는 미국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 추진과 관련 “한·미가 긴밀히 논의해야 할...
Read more »
[2024 경향포럼]“이주노동자 사적 제재 등 혐오…한국은 선택적 인종차별국”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26일 한국 사회를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로 정의하고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을 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
Read more »
[2024 경향포럼]이자스민 “한국은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정치가 혐오·차별 증폭”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26일 한국 사회를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로 정의하고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을 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