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법정] 예술가의 '환승이별'

추상미술의 대가 피터 핼리6년 후원 받아온 갤러리 몰래他갤러리와 전속 계약 체결신뢰보다 비즈니스 택한 것

신뢰보다 비즈니스 택한 것 예일대 미술대학장을 지내기도 한 추상화가 피터 핼리. 뉴욕 출신인 그의 눈에 보이는 현대도시는 직사각형 색면과 이를 연결하는 막대기형 도관으로 연결된 격자형 구조였다. 그는 빌딩과 밀폐된 공간 사이를 도형화해 현대사회의 소통과 단절을 표현했다. 기존 추상미술에 반기를 들며 '네오 지오'라는 새로운 개념의 추상미술 이론을 정립하기까지 그에게도 무명의 시간들이 있었다. 1986년 뉴욕의 소나벤드 갤러리에서 열린 4인의 단체전은 핼리가 뉴욕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는 계기였다. 핼리의 가능성을 알아본 소나벤드 갤러리는 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작품에 대한 선금을 지급하거나 생활비, 작품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소송전에서 소나벤드 측에 결정적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증거의 핵심인 계약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구두 약속뿐이었다. 지난한 공방 끝에 재판은 화해로 종결됐다. 핼리가 그간 소나벤드로부터 급여 형식으로 지급받은 돈 중 일부를 채무로 인정하고 상환하는 방식으로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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