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오늘]있고도 없는 ‘희망’

고도를 기다리며 News

[예술과 오늘]있고도 없는 ‘희망’
디디와 고고곰스크희망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61 sec. here
  • 6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8%
  • Publisher: 51%

긴 (듯 보였던) 추석 연휴가 속절없이 끝났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도 함께 살아온 어제와 오늘, 함께 살아갈 내일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었을 ...

긴 추석 연휴가 속절없이 끝났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도 함께 살아온 어제와 오늘, 함께 살아갈 내일을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달뜬 기분으로 어제는 추억했으되, 마음 놓고 오늘과 내일은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누군가’가 특정 세대는 아니다. 노년, 장년, 중년, 청년, 유소년 세대 모두, 즉 우리 시대 대다수 사람들은 무언가에 쫓기며 오늘을 살고, 하여 내일을 기대하지 못한다. 팍팍한 경제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각각의 인생은 저마다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 속에서 희망이 영글어야 하는데, 희망이 사라진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의 주인공 디디와 고고는 ‘고도’라는 이름의 희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떠돌던 두 사람은 시답잖은 대화로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그 대화의 끝이 묘하다. 디디가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말하면 고고는 늘 “참 그래야지”라고 화답했다.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온다면 어디로 오는지도 모르는, 심지어 고도의 정체조차 모르는 두 사람은 나무 아래서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두 사람의 오랜 기다림 끝에 고도의 소식을 전하는 심부름꾼 소년이 등장하지만, 그의 말은 “고도씨가 오늘 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라는 게 전부였다. 혼돈의 연속일 뿐, 고도는 끝내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디디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디디와 고고가 ‘고도’라는 이름의 희망을 기다렸다면, 독일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의 단편 의 주인공 남자는 희망을 찾아 나선 사람이다. 그렇다고 남자가 희망의 실체를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멀고도 멋진 도시”에 대한 말만 전해 들었을 뿐,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남자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곰스크로 가는 것이었다. 결혼과 함께 곰스크행 기차에 올랐다. 남자의 꿈은 반쯤 이뤄지는 듯했지만 아내는 달랐다. “우린 모든 것에서 멀어져 가는군요”라는 자신의 처지를 대신했다. 잠시 정차한 간이역에서 두 사람의 인생은 돌변한다. 가진 돈을 모두 털어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고 읍내 구경에 나선 두 사람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남자는 노심초사했고, 아내의 발걸음은 용수철처럼 튀었다. 출발은 알리는 기적이 울렸을 때, 남자는 기차를 향해 내달리려 했지만 아내가 늦었다며 팔을 잡았다.

루쉰은 희망이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지는 말을 보면 뜻은 선명해진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는 디디와 고고는 어쩌면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일 수도 있겠다. 곰스크에 가고자 분투한 남자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희망을 부여잡고 사는 일, 그것만이 우리네 인생의 숙명 아닐까, 추석 명절 끝자락에 생각한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kyunghyang /  🏆 14. in KR

디디와 고고 곰스크 희망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예술과 오늘]공항은 공항이고, 폭력은 폭력이다[예술과 오늘]공항은 공항이고, 폭력은 폭력이다강한 플래시를 얼굴에 쏘면 특수폭행죄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이 화제가 되며 언론에서 나온 얘기다. 공항에서 경호원이 팬의 얼굴에 플...
Read more »

[예술과 오늘]‘장삿속’ 퐁피두 ‘맞장구’ 부산시[예술과 오늘]‘장삿속’ 퐁피두 ‘맞장구’ 부산시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은 형편없다. 해마다 들쑥날쑥하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조차 50억원 안팎이다. 지자체 산하 공립미술관들은 언급하기 민망할 ...
Read more »

[사반 제보] '힘 X나 세네'…승강기 무차별 폭행 남성의 혼잣말[사반 제보] '힘 X나 세네'…승강기 무차별 폭행 남성의 혼잣말아파트 승강기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오늘(22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보도됐습니다.지난 19일 40대 피해 여성인 제보자는 장을 보고 한 남성과 함께 아파트
Read more »

텔레그램 '딥페이크 영상물 25건 모두 삭제'텔레그램 '딥페이크 영상물 25건 모두 삭제'방심위에 이례적 사과하며'신뢰관계 구축 희망' 언급
Read more »

쇼핑 마치셨어요? 예술과 만나보세요쇼핑 마치셨어요? 예술과 만나보세요아트페어 시즌 맞춰 예술 마케팅 선보이는 유통가석촌호수 가운데 '플로팅 랍스터킹'백화점·호텔 곳곳서 예술작품 전시편의점 와인 라벨에는 아트 컬래버
Read more »

[마음 읽기] 예술과 행복의 뜻밖의 공통점[마음 읽기] 예술과 행복의 뜻밖의 공통점이 연구팀은 20대 이상 한국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태도와 그들의 평소 행복 수준을 측정했다. 놀랍게도, 예술에 대해 열린 마음을 지니고 사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행복할 뿐 아니라 건강 지표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에 대한 열린 마음이 행복과 건강에 유리하다는 이 연구 결과가, 누군가 - 마음 읽기,공통점,예술과 행복,예술가적 태도,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예술,행복,열린 마음
Read more »



Render Time: 2025-02-25 01:5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