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귀국해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스라엘에서 귀국해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앞에 앉았다. 저녁뉴스 시간 대국민 연설을 위해서다. 미 대통령이 전쟁 선포와 같은 중대 발표를 할 때 활용하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역사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성공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러시아와 하마스를 상대로 한 ‘두 개의 전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미국이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회에 1000억달러 이상의 긴급 안보 예산 처리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의 쇠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이 여전히 많은 국제 공공재를 공급할 수 있는 강대국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은 중요하다. 바이든 연설은 그런 기대 속에 나온 중요한 연설이다. 그는 하마스를 러시아와 비슷한 반열에 놓으며,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팔 공존 원칙인 ‘두 국가 해법’을 견지한다면서도 이번 사태에서 이스라엘에 분명히 손을 들어줬다. 두 국가 해법을 방기하고 팔레스타인 옥죄기에 주력해온 이스라엘 우파 정권의 책임은 전혀 묻지 않았다. 아랍권·이슬람권의 반발만 가져올 그런 메시지가 문제 해결이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
두 개의 전선은 세계에서 미국만이 두 개의 주요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 승리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의 의미로 쓰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하며 그런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막대한 인명 손실과 재정 적자였다. 이후 미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는 한 섣불리 군사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정서가 확산됐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것은 과거와 다른 의미의 두 개의 전선이다. 미국이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에 돈과 무기를 대주는 대리전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미 하원의장 공백이 장기화하며 바이든이 요청한 예산이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에게 두 개의 전선은, 국제문제 개입이라는 난제에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더해진 의미로 읽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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