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2006년 톈안먼 광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
기자가 중국을 처음 방문한 2006년 톈안먼 광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이 광장을 안내한 중국 측 인사는 1989년 6월 톈안먼 시위 참여자 수를 추산한 방식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광장 보도블록 하나에 몇명이 들어갈 수 있고, 그 블록 개수를 곱해 인파를 추산했다고 했다. 지금은 기자들의 톈안먼 광장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톈안먼 시위를 소재로 중국 공산당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 경제는 그때보다 6~7배 성장했지만,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폐쇄적으로 변한 것 같다.
종종 거대한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중국이 방향을 튼 것은 2013~2023년 시진핑 1·2기 체제 10년을 거치면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에 이어 집권한 시진핑 주석은 시장경제 개혁, 정치 자유화로 나아가는 대신 많은 분야에서 국가의 통제를 강화했다. 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미·중 간 전략경쟁이 본격화한 시기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후 전 주석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온건한 개혁론자였던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2인자로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관례를 깨고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리 총리는 차기 지도부에서 배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후 전 주석이 인사 발표 직전 관련 서류를 미리 보려다가 시 주석에게 제지당하며 강제 퇴장당하기도 했다. 당시 후 전 주석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리 총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공청단 계파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리 전 총리가 27일 향년 68세로 숨졌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상하이를 방문 중이던 그가 26일 밤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고, 의료진의 분투에도 이튿날 새벽 사망했다고 전했다. 총리 재임 시절 시 주석에 밀려 영향력이 없었고, 공청단 계열이 모두 밀려난 상황에서 그의 죽음이 중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권력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늘 예민한 주제다. 역시 공청단 출신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후야오방 당 총서기가 1989년 4월 심장마비로 숨진 뒤 그를 추모하는 청년들이 톈안먼 광장에 모여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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