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낸다. 스스로 가둔 것이다. 밖에 나오는 건 몰래 화장실 갈 때뿐, ...
그는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낸다. 스스로 가둔 것이다. 밖에 나오는 건 몰래 화장실 갈 때뿐, 예전 친구·지인들과의 연락은 끊었다. 가족과의 대화도 거의 없다.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밤낮을 바꿔 잠을 자며 하루를 보낸다.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별종이 아니다. 일가친척이나 가까운 이웃 중에 있는 청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한정된 장소에 머무르며, 사회적 교류를 단절하고 있는 ‘고립·은둔청년’이다.
정부가 지난 두 달간 전국 실태조사를 처음 실시해 국내 19~39세 고립·은둔청년이 51만6000여명에 달한다는 추산치를 밝혔다. 청년 100명 중 5명꼴이니 적지 않다. 이들 중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걸로 조사돼 일반 청년보다 2배 이상 복용 비율이 높았다. “신체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도 일반 청년의 3배를 넘었다. 이 많은 청년들이 정신·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삶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왜 그들은 아픈데도 고립을 선택하고 지속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들을 제대로 아는 것이 공동체와 정부의 숙제가 됐다.
고립·은둔의 주요 원인은 실직과 취업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 5월 보고서를 보면, 은둔청년들은 외출하지 않는 이유로 “취업이 잘 되지 않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인간관계 어려움, 학업 중단은 그다음이었다. 취업에 계속 실패하다보니 의욕을 잃고 좌절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악순환을 겪으며 움츠러들었다는 얘기다.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를 포기할 만큼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점도 물론 한몫한다. 최근 영국 BBC는 취업·돈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대한 압박감 탓에 고립·은둔을 택하는 한국 청년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각자도생의 극한 경쟁에 내몰려 실패하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는 현실이 그들이 직면한 고통이다. 가족도 함께 병들어가고 있지만 가족 내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고립·은둔청년이 방치되고 늘어나면 중·장년 고립으로 이어지며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청년을 돕고 보살필 정책과 시스템이 시급함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고립은 혼자 극복할 수 없다. 가족·친구와 공동체 모두가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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