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일까. 14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민주주의 논쟁’으로 빠트렸던 ‘시위세’ 주장이 2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등장했다....
집회·시위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민주주의 국가일까. 14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민주주의 논쟁’으로 빠트렸던 ‘시위세’ 주장이 26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등장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시민단체의 집회·시위로 경찰력이 동원돼 예산이 쓰이는 만큼 “대가를 지불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세 원칙의 하나인 ‘수익자 부담 원칙’을 빼들었다. 국민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민주주의 국가 정치인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망언이다.
표면적으로 김 최고위원은 잦은 시위로 인한 행정력 부담을 거론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도 시위세 주장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약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발언 하나하나를 살펴봐도, 국민 기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양식을 찾아볼 수 없다. 수익자 부담 원칙은 특정 정책 시행으로 이익을 얻는 이가 있을 때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 기본권에 대해선 해당될 수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혜택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 돌아간다. 누구나 ‘정부 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공용 비용일 뿐이다.
특정 세력의 이익을 거론한 것부터 왜곡일뿐더러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시위는 국민 의사로 보지 않겠다는 독재적 발상도 엿보인다. 더욱이 ‘세수 부족’을 이유로 들고 집회·시위 보호를 위한 경찰력 동원을 “예산 낭비”처럼 주장한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하게 된다. 무더기 부자감세와 정책 실패로 재정에 구멍을 낸 것이 국민인가. 국민의 생명·안전·자유를 보호하는 게 예산을 낭비하는 것인가. ‘노란봉투법’을 막아서며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 파업할 권리를 옥죄는 여권이니 이런 황당한 발상도 무리가 아니다 싶다.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정부·여당에서 기본권·인권을 경시하는 언행이 잦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인권위를 항의방문한 군 사망자 유가족을 수사 의뢰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의 서한이 이날 공개되기도 했다. 그래서 김 최고위원의 헌법 위 ‘시위세’ 인식이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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