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모습은 좀 낯설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반성, 소통 메시지를 냈다. “저와 내각이...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 반성, 소통 메시지를 냈다.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 국민의힘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했고, 여야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상황이 낯선 건 그간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다.
‘비호감 경쟁’으로 치러진 지난해 대선 후에도 국민들은 여야 간 극한 대치와 이로 인한 정치 실종을 지겹도록 봐왔다. 그래서 지금 착시일 수 있다. 여야가 바짝 엎드리는 건 6개월도 안 남은 총선 때문일 터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여야가 건전한 쇄신 경쟁을 하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태세 전환’의 애매함이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여당의 17%포인트 차 완패였다. “윤 대통령의 패배”라는 게 중론이다. 오만과 독선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어떤 선거 결과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한편에선 “일개 구청장 선거” “송파구청장 선거였으면 이겼다” 같은 말들이 나왔다. 민심을 잘 읽고 그 숨은 뜻을 푸는 게 정치의 일이다. 그런데 엉뚱한 진단을 하고, 처방도 임명직 당직자 교체같이 엉뚱하다. 그러니 당내에서도 “드라마 처럼 장서희씨가 점 하나 찍고 나온 듯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달라진 메시지가 나온 시기 이뤄진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뚜렷해진 민심의 경고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한 30%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등 지지층 이탈 조짐을 보였다. 여권의 인식과 대응에서 이상 신호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보궐선거 전후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은 이렇게까지 패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서 주식파킹 의혹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카드를 갖고 있었을 거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인의 장막’이 있다는 세간의 추측이 맞을지 모른다.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전 구청장을 사면하고 재출마시키면 선거에서 진다는 건 상식이다. 대통령 주변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던 셈이다. 지금 애매한 태세 전환도 마찬가지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외부자극을 지각해 뇌로 전달하고 반응하도록 하는 신경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방증이다. 윤 대통령의 달라진 메시지는 자기고백이다. 30%대의 낮은 지지율에도,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안 쓰고 주먹을 휘두르던 그였다. “골프로 치면 300야드 날릴 실력이 있는데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 소용 없다”며 이념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그였다. “일개 구청장 선거” 때문에 이럴 거면 당선 이후 1년5개월 동안 안 하고 뭘 했나. “국민이 늘 옳다”라니, 그걸 이제 와서 깨달았다는 건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이 ‘이념 투사’가 된 것을 두고 “늦깎이 의식화”라고 했다. 뚜렷한 철학이나 이념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메시지 전환도 너무나도 가볍다.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한 말이다. 지금 나오는 메시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로 뭐가 변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뭘 ‘반성’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협치의 시금석으로 지목됐던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거부하고 있다.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달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태원 참사 시민추도식은 “정치적 성격”이라며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다. KBS 사장 내리꽂기, 언론에 대한 잇따른 압수수색 등 언론 길들이기 논란은 진행형이다. 국정기조 전환 없는 태세 전환은 위기모면용 보여주기일 뿐이다.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좀 살 만해지면 다시 본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척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한다. 얼렁뚱땅 넘어가면 국민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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