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창]병든 사회와 지구에서 건강한 삶은 불가능하다

병든 사회와 지구에서 건강한 삶은 불가능하다 News

[에디터의 창]병든 사회와 지구에서 건강한 삶은 불가능하다
United States Latest News,United States Headlines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93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40%
  • Publisher: 51%

밭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 고단한 몸을 뉘였다가, 요양원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저녁을 맞다가, 어디론가 이동하던 중 자동차 안에서… 난데없이...

밭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 고단한 몸을 뉘였다가, 요양원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저녁을 맞다가, 어디론가 이동하던 중 자동차 안에서… 난데없이 들이닥친 뜨거운 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느꼈을 고통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하룻밤 사이 강풍을 타고 경북 의성 산골에서 영덕 바닷가까지 100㎞ 가까이 이동한 산불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화를 당한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죽은 사람이 31명, 다친 사람도 52명이나 됐다.

대부분 60~80대 고령이었다. 인구과소지역의 재난 방지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정부의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재난 대피 매뉴얼은 사실상 없거나, 그나마 있는 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진화 헬기는 낡았고, 진화대원도 거의 맨몸이나 다름없이 투입된 고령 노동자였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이 다 타버려 오갈 데 없어진 수천명의 이재민이 지금도 절망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 생활이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재난 대응 실패의 책임이 있는 경북도지사는 용산 관저로 달려가 파면된 대통령을 만난 뒤 “충성심”을 인정받았다고 과시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열흘 가까이 이어진 역대 최악의 산불은 건강하지 않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령 생존자들이 현장에 간 취재진에게 한결같이 한 말이 있다. “대피할 때 다른 건 몰라도 당뇨·혈압 약은 챙겨 나왔다”거나 “약을 놓고 나와 불 꺼지자마자 집에 와봤다”는 얘기였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챙기려 했던 약들은 어쩌면 이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은 의료취약지역이다. 필수의료는커녕 의약품 처방 여건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곳 사람들에게 의료를 제공해온 것은 마을 의원과 공중보건의사들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로 시골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격감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응급의료는 더욱 중요한데, 지역의 현실은 애초 그것이 작동하기 어렵다. 주민들이 약부터 챙긴 것은 본능적 반응이다. 도시에 살고 젊은 편이지만, 몇가지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 나도 그 심정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국방, 경찰, 소방처럼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공공재라고 한다. 그 일을 영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 도시 사람들만, 또는 부유한 마을만 따로 지키는 군대와 경찰, 소방을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의 사례가 있긴 하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산불 때 미국의 부유층은 하루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사설 소방대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은 교도소까지 민영화한 나라다. 의료 역시 극단적으로 영리화됐다. 그게 미국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얼마나 심화했는지 우리는 잘 안다. 한국에서도 의료는 점점 더 공공재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지난 1년여 ‘의·정 갈등’ 속에서 더 분명해졌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정부가 내년도 입학 정원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하자 일단 학교로 복귀했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의’와 ‘정’ 간 ‘무승부’라고도 하고 어느 한쪽의 ‘판정패’라고도 한다. 분명한 건 건강 약자들 입장에서 보면 ‘완패’라는 것이다. 이들에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 재난 대응력 부재로 요약되는 의료 공공성 약화가 남았을 뿐이다. 산불은 그 건강 약자들이 집중된 곳을 무섭게 할퀴었다. 이번 재난에는 인간의 실화, 산림정책, 방재당국의 무능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기후위기가 키운 재난이기도 하다. 올봄 유난히 심했던 이 지역의 강풍과 고온건조한 날씨가 아니었다면, 피해가 이토록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는 일상을 계속하는 한 산불뿐만 아니라 가뭄, 폭우,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닥쳐올 것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그 재난이 도시의 콘크리트 안에 사는 나에게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적어도 나는 건강 약자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무리 좋은 의사를 찾아가 내 한 몸을 위한 의료에 집중한다고 해도 온전한 의미의 건강에 도달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것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몇년 동안 몸으로 겪어낸 바 있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kyunghyang /  🏆 14. in KR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단독]검찰, 명태균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수사도 본격화[단독]검찰, 명태균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수사도 본격화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박형준 부산시장 관련 여론조사 의혹까지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박 시장 관련 의혹은 그간 창...
Read more »

[속보]‘군무원 살해 후 시신 유기’ 양광준 무기징역…법원 “사회와 격리할 필요”[속보]‘군무원 살해 후 시신 유기’ 양광준 무기징역…법원 “사회와 격리할 필요”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 상류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직 군 장교 양광준(3...
Read more »

[에디터의 창]마동석과 윤석열의 어퍼컷 대결을 보고 싶다[에디터의 창]마동석과 윤석열의 어퍼컷 대결을 보고 싶다공포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잔인하거나 오싹한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 두 편을 연달아 봤다. |파...
Read more »

헌재에 분노한 시민들 하루 파업 '내란 115일째, 우리 사회와 삶 파괴'헌재에 분노한 시민들 하루 파업 '내란 115일째, 우리 사회와 삶 파괴''행진하는 이유요? 시민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야 하니까요. 윤석열 탄핵 심판의 결론이 기각이나 각하라면 우린 오늘처럼 자유롭게 광장에 나오지 못할 거예요.' -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김은희(54)씨 '계엄령을 선포하고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지고 있어요. 그 사이 극우 유튜버들...
Read more »

[에디터의 창]초현실적인, 너무나도 초현실적인[에디터의 창]초현실적인, 너무나도 초현실적인군복무 때였다. 부대 아래에서 산불이 났다. 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산불을 끄기 위해 동원됐다. 이병. 혈기왕성하던 때였다. 삽 한 자루...
Read more »

[에디터의 창]돈키호테 트럼프식 몽니와 ‘세계화의 덫’[에디터의 창]돈키호테 트럼프식 몽니와 ‘세계화의 덫’어둑어둑 저녁녘이 오면 난 테슬라가 싫어진다. 치켜뜬 채 째려보는 매너 없는 ‘전조등 눈뽕’이 싫다. 뒤따라가 브레이크등으로 헷갈리게 하는 위험천만한 빨간 방향지시등도 싫다. 이름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격인 ‘완전자율주행(FSD)’은 또 뭔가. 상향 전조등이나 빨간 깜빡이 따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낳은 부산물이다. 미국 인증 기준을 우리가 ...
Read more »



Render Time: 2026-04-02 18: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