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멘터리] '우영우'와 '오징어게임'의 갈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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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멘터리] '우영우'와 '오징어게임'의 갈림길에서 SBS뉴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오징어게임" 등의 히트 이면에는 수많은 갑과 을의 계약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계약서는 갑과 을의 힘의 크기, 즉 협상력에 따라 현행법에 의거해 쓰여집니다. 이 업계에서 영상콘텐츠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분배를 좌우할 법적 권리를 우리는 지식재산권 또는 저작권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수요일, 영상콘텐츠업계 큰 행사들이 각각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국회에서 같은 시각에 열렸습니다. 먼저 DDP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국제방송영상마켓’이 열렸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자가 말하는 K-콘텐츠’ 콘퍼런스에는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이상백 대표가 발표자로 나왔습니다.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백 대표는 넷플릭스를 통한 방영에는 합의를 하면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안은 거절했습니다.

에이스토리는 지금"우영우"를 웹툰으로 만들어 5개국에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고, 뮤지컬 세 편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이게 다 I.P를 넷플릭스나 ENA채널에 팔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식재산권을 투자배급사나 유통사에 파는 순간, 원작에서 파생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권리도 다 넘겨주게 됩니다. 이상백 대표가 DDP에서 발표 중일 때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감독과 시나리오작가조합 작가 2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감독조합에 따르면 이렇게 많은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중에는 이른바 ‘천만감독’이라 불리는 “한산”의 김한민 감독,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 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조용히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들이 활성화돼 현재 작품은 물론 과거 작품까지 끊임없이 세계 어디선가 상영됩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처럼 대형 히트작이 나와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더라도 플랫폼이나 투자배급사에 양도된 I.P 또는 저작재산권 때문에 창작자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감독들이 모여서 창작자들도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국내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 겁니다. 이날 창작자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토론회에 나선 ‘천만 감독’들은 사실 자신들에게는 이러한 보상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자신들도 배고픈 시절,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 영화감독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없던 시절을 거쳤고, 운 좋게 살아 남았기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다수 후배 감독들을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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