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한국 대표팀 역사상 유일한 '몰수 무승부' 가 벌어진 이유는

[스프] 한국 대표팀 역사상 유일한 '몰수 무승부' 가 벌어진 이유는 SBS뉴스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이었는데 바로 1987년 6월 항쟁입니다. 2017년 개봉했던 영화 에 당시 시대상이 잘 드러났죠. 당시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민주화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전두환 대통령의 제5 공화국 정권은 이를 무력으로 진압했습니다.

당시 이집트는 이 대회에 A대표팀을 파견해 우리 국가대표팀과 이집트의 이 경기가 우승후보 간의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우리 대표팀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종환 감독이었고, 선수로는 최순호, 김주성, 정용환, 조병득, 정해원, 박경훈 등이 활약했습니다. 당시 경기 진행 요원이 그라운드에 들어와 이집트 선수들에게 얼굴에 손을 대지 말라고 제지했습니다. 선수들은 연신 재채기를 했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시위가 일상이어서 우리 선수들은 최루탄에 어느 정도 익숙했지만, 이집트 선수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생전 처음 맞아보는 최루탄 가스에 너무나 괴로워했습니다. 결국 주심은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중단시켰습니다.

그런데 방송사에서 자세한 설명은 안 했어도 당시 중계방송을 보던 많은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고 최루탄 가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직감했습니다. 워낙 시위와 최루탄 가스가 일상화됐고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죠. 우여곡절 끝에 경기는 ‘몰수 무승부’ 처리 1987년 6월 11일 동아일보" data-captionyn="Y" id="i201751924"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30215/201751924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v_height="296" v_width="800">

30여 분간 이어진 관중들의 소란이 수습된 뒤에야 협회 임원들은 다음날 오전 11시에 재경기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한국과 이집트 양 팀 관계자들과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결국 뒤늦게 이를 안 이집트 측이 “FIFA 규정에 없는 재경기를 할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하자, 4시간이 지난 6월 10일 밤 자정쯤에 앞서 결정을 번복하고, 0대 0 무승부로 처리하기로 하는 촌극을 빚었습니다. 이렇게 한국 축구 역사상 유일한 ‘몰수 무승부’가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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