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앤서니 파우치: 다음 세대 과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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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앤서니 파우치: 다음 세대 과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SBS뉴스

*앤서니 파우치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료자문관이다. 사실 나는"바로 어제처럼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진부한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50년 넘게 일한 국립보건원을 떠나며 드는 소회는 정확히 저 진부한 표현 그대로다. 여기서 보낸 시간과 경험을 통해 얻은 수많은 교훈이 다음 세대 과학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예기치 못한 공중보건상의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며, 그때 가서 풀어본 적 없는 문제와 씨름해야 하는 건 결국 다음 세대 과학자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다.

사람의 면역 체계와 전염병의 관계를 연구하는 면역학은 내가 수련의 과정을 밟던 시절 소위"뜨는 분야"였다. 나는 이 신생 연구 분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의사로서 나는 흔한 질병을 앓는 이든 난해한 전염병에 걸린 이든 모든 환자를 소중히 대하려 노력했다. 그러려면 의사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예방하며, 치료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도구를 더 잘 갖추고 있어야 했다. 대신 과학적 연구에 빠지면 빠질수록 의사로서 환자를 직접 보는 데 주력하려던 나의 원래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길을 찾아냈다. 전염병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는 동시에 국립보건원 병원에 온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때 그렇게 들어간 국립보건원에서의 시간이 어느덧 50년 넘게 흘렀다.

에이즈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증상은 우리 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동해야 할 면역 체계의 세포들이 파괴되거나 손상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연구를 하면서 나는 특히 젊은 동성애자 남성들의 아픔에 강력히 공감하게 됐다. 이들은 이미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 배제로 인한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왔다. 그런데 이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생명과 건강, 꿈까지 송두리째 빼앗기게 생겼다. 나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고 제의를 수락했다. 하나는 소장이 된 뒤에도 계속해서 내 환자를 직접 돌보는 것, 다른 하나는 연구소에서 내 실험실을 관장하고 이끄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내가 하는 일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후 내게는 전에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의학과 전 세계 공중 보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가 주어진다.

21세기 들어 약을 처방받고 복용할 수 있는 에이즈 환자들의 기대 수명은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저개발 국가에 사는 저소득층에게 이 약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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