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허용과 유엔사를 매개로 한 공동 군사작전을 시사했다. 지난 대선에서의 비슷한 발언이 당시 해명과 달리 진심이었다면, 이는 국민에게 새롭게 동의를 얻어야 할 중대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면서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고 상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엔사 간부를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국제법적 정통성도 취약하고, 주한미군 외 실체도 없는 유엔사를 다시 호명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이를 고리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시사하는 것도 황당하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유엔사의 후방기지를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이 유사시 일본을 병참기지로 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려는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가 바로 이런 우려가 당장의 현실임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역대 정부 통틀어 초유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동의한 바도 없다.
자위대 한반도 진출 허용 문제는 지난 대선후보 토론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사드 문제를 다루면서 “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인데 하시겠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파문이 일자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애썼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결성해 중국 또는 북한을 포위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군사전략으로 오늘날 인도태평양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한일 군사동맹 실현에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한미·미일 군사동맹을 한미일 군사동맹의 임시방편으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맹목적 한미일 군사동맹은 우리의 국익을 크게 훼손한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고 대만해협 등에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높아져 자칫하면 평택 및 군산 미군기지가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북한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서해와 한반도는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이 격돌하는 전장이 된다. 최대 교역국이자 인접국인 중국과의 단절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도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 러시아와 전면적으로 대립할 경우 북한핵개발이나 남북관계 개선에서의 외교적 지렛대를 잃게 된다는 점도 심각하다. 우리가 이런 위험과 손실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한일 군사동맹을 결코 맺을 수 없는 것은 일본의 팽창적 야심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과 별개로 정치권과 군부는 자위대를 군대로 강화하고, 군사적 대외진출을 해 지역내에서 강력한 군사적 지위를 갖기를 고대해왔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 사과 및 배상 거부,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독도 영주권 주장 등 과거사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것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이들의 야망 때문이다.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가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을 자극하기에 위험하다.
정부당국의 포장과 달리 한미일 군사동맹은 당연히 미국-일본-한국의 수직적 군사동맹체계를 의미한다. 즉 우리가 미군과 자위대를 군사적 상위에 두고 그들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대선 토론에서 얼버무린 대답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그래서 한미일 군사협력, 나아가 한미일 군사동맹 완성에 그렇게 매달리는 것인가? 이는 단지 과거사 문제가 아니며, 일개 외교정책 사안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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