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연금개혁과 기금운용

기금수익률 年6% 유지되면보험료 인상 부담 크게 줄어기금 운용 수익률 보장 위해투자환경 전면 개선하고운용 독립성·전문성 키워야

운용 독립성·전문성 키워야 2023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13.5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988년 기금이 조성된 이후 2023년 말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5.92%이고, 2022년의 -8.22% 수익률에 따른 기금 운용 불안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와 같은 높은 기금 운용 성과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금개혁 측면에서도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공적연금 제도 중 유의미한 적립기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캐나다·호주·네덜란드·일본 등에 불과하다. 유럽 대부분 공적연금은 적립기금 없이 운용된다. 매년 노년계층에 지급하는 연금급여지출을 근로계층이 세금과 같이 보험료로 나누어 분담하는 이른바 부과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과방식 연금제도는 근로계층 대비 노년계층의 인구가 적으면 운영이 용이하나, 노령인구가 늘어나면 근로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과중해져 한계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근로계층 대비 노년계층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2022년에는 26.3%였지만 2052년에는 82.4%, 2082년에는 117%로 증가할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82년 기준으로 독일 64.8%, 영국 63.8%, 프랑스 68.4%, 미국 57.7%, 일본 85.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지급개시연령은 2033년에 65세로 상향 조정되는 현행 제도를 2048년까지 68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기금 운용 수익률은 5.1%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가계와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적립기금 운용 수익률이 5차 재정계산 시 가정한 4.5%보다 높은 6.0% 수준이 될 수만 있다면, 연금개혁에 따른 국민 부담은 큰 폭으로 경감될 수 있다. 먼저 연금지급개시연령을 68세로 연장하지 않아도 2093년 이후까지 적립기금이 유지 가능하고, 보험료율을 12%만 인상하고 연금지급개시연령은 68세로 연장해도 기금 소진 시점을 2093년에 근접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6%의 기금 운용 수익률에서 보험료율 15%, 연금지급개시연령 68세로 조정하면 적립기금은 2100년 이후에도 지속가능하게 된다. 글로벌 연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캐나다 10%, 네덜란드 8%, 일본 7% 등을 달성하고 있어, 우리 국민연금이 이들 국가의 기금 운용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거버넌스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 더 높은 성과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혜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 기금 투자 환경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거버넌스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채권보다는 주식과 대체투자를,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으나, 수익률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증가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한 헤지하기 위해서는 투자 시스템을 고도화하면서 우수한 자산운용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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