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미·중 갈등과 세계 분열 … 한국의 전략은](https://i.headtopics.com/images/2023/9/17/maekyungsns/914758844221498931143-914758844221498931143-99185BDF1FB435EA02F85B7AEEA77C29.webp)
美우호국·中우호국·중립국세계 3대 블록으로 재편 땐초기 미국 진영과 밀착하고중립국 손잡는 지혜 필요
중립국 손잡는 지혜 필요 미·중 간 무역·기술 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2018년 7월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보복 조치로 대응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대중 무역·투자 제한 조치는 계속됐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고 한다. 자국 반도체 산업과 첨단 기술을 육성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반도체 칩과 과학법'을 공표했고 한국·대만·일본과 반도체 협업 체제를 강화하는 팹4 동맹을 추진한다.
미국의 적극적인 보호무역 조치와 산업 정책은 파급효과를 미쳐 유럽연합과 일본도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첨단 전략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최근 미국과 EU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고 '과도한 의존을 줄여 위험을 제거하겠다'는 의미의 '디리스킹'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과거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대중국 전략을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았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군사, 안보 분야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얼마나 줄일지는 불확실하다. 캐럴라인 프룬드 UC샌디에이고 교수와 공저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수입은 줄였지만, 중국의 공급망과 연결된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로부터 수입은 늘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의존도가 커졌다. 중국은 이들 지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정학적 대립이 앞으로 더 커지면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진행될 수 있다. 우호 국가끼리 무역과 해외 투자를 집중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세계가 미국 우호국, 중국 우호국, 중립적인 국가의 세 개 블록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삼각 블록 체제가 형성되고 미국 블록과 중국 블록이 서로 배타적으로 무역과 투자를 규제하면 한쪽 블록에 선 국가는 반대 블록과의 무역과 투자가 줄어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중립국은 두 블록과 교역을 계속하면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해 결국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한다. 결국 강대국이 협력하여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경학적 분열이 가속되면 모든 국가가 패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블록화에 대응하는 경제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블록에 가까이 서는 것이 위험 감소와 선진 기술 도입 면에서 이득이 더 크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거대 시장인 중국, 그리고 자원 보유국인 중국 우호국과는 '디리스킹'을 하면서도 경제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구매력평가 환율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고 시장 환율로도 미국을 곧 능가할 것이다. 또한 한국은 중립적인 국가로 간주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과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면서 무역과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 자유주의 세계 경제 질서가 쇠퇴하고 지경학적 분열이 발생하면서 미국과 중국 시장 모두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어려운 도전이 닥쳤다. 정부가 신중하고 현명한 전략으로 민간이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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