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 성폭력 피해’ 44년 만에 모인 10명…“잊을 수도, 말할 수도 없던” 상처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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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나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산다고 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김민숙씨(가명)는 1980년 당시 쌍둥이 아기 엄마였고 임신 3개월의 임신부였다. 당시 회사를 다니...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 10명이 처음 만났다. 1980년 이후 44년 만이다. 피해자들 중 일부가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먼저 서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위원회는 이에 화답하며 지난달 28일 피해자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후문 담벼락에는 총을 찬 계엄군 5~6명이 있었다. 그들은 김씨의 차량을 멈추게 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계엄군은 차량 열쇠를 빼앗았다. 김씨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살려주면 허란대로 다 할게요”라고 했다. 계엄군은 차에 성냥을 대면서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도 했다. “열아홉에 면허 따서는 저한텐 오로지 그것밖에 없었어요. 차만 불 지르지 마라고 하니까 ‘불 안 지를 것이니 말 들을 거냐’고 하더라고요. ‘허란대로 헐게요’ 했지요.” 이후 계엄군은 차량 뒷좌석으로 김씨를 밀어넣고 2명이 교대로 강간했다. 나머지 군인들은 차 밖에서 보초를 섰다. 당시 계엄군에게선 입 냄새, 땀 냄새가 많이 났다. 그들이 차 키도 가져가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다음날 동틀 때 귀가했다. 시가에는 군인에게 차 키를 뺏겼다고만 했다.

지난해 12월 김씨는 드디어 위원회로부터 ‘진상규명’ 결정을 받았다. 신고한 지 5년 만이었고 사건이 일어난지 43년 만이었다. 위원회 조사를 받으며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라면 평생 누구에게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목포에 있는 그 사람 좀 소개해주면 안 될까요 그랬어요. 만나면 얼마나 좋겠냐고 했죠.”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 이남순씨가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김남주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나비포옹’ 자세를 하며 눈을 감고 있다. 2024.04.28. 정효진 기자

“만약 3명만 증언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함께 증언을 해주셨기에 진상규명을 할 수 있었어요. 52명 중에 거절하신 분들도 많았고 돌아가신 분, 정신병원에 계신 분들, 알츠하이머 때문에 증언할 수 없는 분들이 많았어요. 증언해주신 여러분들이 주인공이고 산 증인이세요.”이날 1번, 181번 등 사건 번호로 되어 있었던 피해자들이 처음 자신의 이름을 공개했다. 10명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성폭력 사실에 대해서 말할 때는 호흡을 골랐고 피해 사실을 자세하게 말하지 못했다. 이들은 간담회를 위해 ‘5·18과 오늘의 나’를 상징하는 물건을 가져와 자신에 대해 표현했다.

윤인순씨도 그때 열아홉 살이었다. 한 가게에 근무하다 밖을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집에 가려고 사장님 댁에 말하러 가는 길 계엄군에게 성폭행당했다. “위원회에서 조사받는 중에 군인이 입은 옷 색깔이 어땠는지 물어보는데 까만 것밖에 안 보였어요. 제가 볼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눈을 뜨면 죽을 것 같았거든요.” 윤씨는 그림을 잘 그려 학교 다닐 때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줄 설 정도였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이날 스케치북과 필통을 가져왔다. 이씨가 피 흘린 상태에서 집에 가니 엄마는 “성폭행 이런 거 말도 하지 마라”고 했다. 며칠 후 치료를 받으러 전남대병원에 갔다가 피 흘리는 사람이 응급실 앞에 줄을 너무 많이 서 있어 병원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여기 와서 이런 말이라도 하니까 가슴이 후련하고요. 아직은 뭐 해결된 게 없어요. 그래도 제가 용기가 있는 거잖아요.” 다들 박수를 쳤다.

현재도 성폭력 사건은 하루 이틀만 지나면 입증하기 어렵다. 4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던 방법 중 하나가 의료 기록이었다. 권하예 위원회 조사관은 “의료 기록은 선생님들의 지난 40년 삶의 기록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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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도 없던” 상처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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