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약세 구조적 원인 분석 정부, 국내 수출대기업 대상 환전·투자여부 집중 모니터링
환전·투자여부 집중 모니터링 달러당 원화값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자, 정부가 수출 대기업의 환전 동향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1460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1500원대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두개입에 이어 기업 환전 동향까지 점검에 나선 대목이다. 1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한화오션, 포스코홀딩스 등 주요 수출 대기업의 환전 및 투자 현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대기업별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가운데 얼마나 원화로 환전해 국내에 투자하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 18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출 대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환율 안정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구 부총리는 이날 열린 취임 4개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관세 인하 효과를 유도한 만큼, 기업들도 이에 상응해 환율 안정에 기여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인 ‘국내 거주자’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올 9월 말 현재 907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부가 국내 투자로 전환될 경우, 외환시장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0.3원 떨어진 1465.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화값은 이달 7일 1450원 선으로 하락한 이후 1450~146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올 6월 1360원대까지 회복했지만, 9월 이후 다시 1400원대로 진입하더니 최근 들어선 1460원대로 ‘계단식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기업들, 918억弗 쌓아놓고 환율 관망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수출기업이 달러를 바로 매도하지 않고 달러값 상승을 기대하며 보유하는 이른바 ‘래깅 효과’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화 예금은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의 해외예금 월평균 잔액은 918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상품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은 뒤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달러 예금 규모는 무역 규모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의 달러 예금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519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844억달러에서 918억달러로 8.8%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7976억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말 2조6818억달러보다 1158억원 큰 사상 최대 규모다. 대외금융자산 가운데 국내 거주자의 증권투자 역시 한 분기 사이 890억달러 증가해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3분기에 나스닥지수가 11.2% 상승했고, 달러당 원화값이 3.3% 하락하는 등 비거래요인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비거래요인은 주가 상승이나 환차익 등을 가리킨다.직접투자 순유출 300억弗 육박 이에 더해 직접투자 역시 2차전지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87억달러 증가해 역대 1위를 갈아치웠다. 임인혁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미국 증시 호조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해외 주식과 같은 지분증권이나 채권과 같은 부채성증권 투자가 늘어난 데다, 외환보유액 총액인 준비자산 역시 운용수익 증가로 늘었다”면서 “이에 힘입어 대외금융자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매년 약 300억달러에 달하는 직접투자 순유출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분까지 더하면, 한국이 벌어들이는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초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아무리 많이 수출하더라도, 그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달러당 원화값은 위기 국면에서 급락했다가 상황이 진정되면 가파르게 되돌아오는 ‘스파이크 패턴’을 반복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형적인 ‘급락 후 안정’이라는 패턴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원화값이 4년 연속 상승한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는 일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달러 사이클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원화값이 급등하더라도 1300원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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