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가 현실로] ‘유능한 진보정당’ 존재감 드러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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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가 현실로] ‘유능한 진보정당’ 존재감 드러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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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진입해도 실질적 발언권 없는 진보정당, 연합정치로 진보정치 효능감 높여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원내 야5당이 대선을 앞두고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국회의원 선거 시 비례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양당체제가 고착된 한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당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존립 자체가 위기인 국민의힘, 반대로 강력한 정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더불어민주당, 그 거대양당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진보정당의 미래를 전망한다. 국회는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섭단체는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정당 간 협상 주체인 간사를 둘 수 있으며, 상임위원장 배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고 모두 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섭단체는 국회의원 2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의석수가 100석이 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만 교섭단체로 등록돼 있다. 나머지 정당은 20명은커녕 대부분 5명 미만이기 때문에 교섭단체를 독자적으로 구성할 수 없다. 그렇다보니 소수정당은 국회 안에서 설움이 크다.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면 관련 상임위로 회부되고, 이어 법안심사소위로 내려가 본격적인 법안 심의가 이뤄진다. 심의가 끝난 법안은 다시 상임위로 올라가 상정되고 표결을 통해 처리된다. 가장 중요한 법안 심의 과정에 비교섭단체는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원내 3석을 가진 진보당 원내 관계자는"법안소위에서 다루는 법안이 굉장히 많다보니 어떤 법안을 먼저 회기 내에 심의할지를 교섭단체 간사들끼리 협의한다"며"비교섭단체는 이 협의 과정에 전혀 끼지를 못하기 때문에 비교섭단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법안이 심사할 목록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법안 심의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심사 목록에 원하는 법안이 포함되더라도 법안 조항을 조정하는 작업에 비교섭단체가 개입할 수 없다"며"비교섭단체는 교섭단체의 협상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긴급하게 상임위나 본회의가 열려도 비교섭단체는 사후 통보만 받는다.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로 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진보당 원내 관계자는"비교섭단체는 회의가 언제 열리는지, 무슨 안건으로 열리는지 사전에 알지 못한다"며"비교섭단체는 회의장에 들어가서야 안건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진보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탄핵가결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12.07. ⓒ뉴스1 이는 진보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대선을 앞두고 합의한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이 이뤄진다면 진보당이 대변하는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위한 법안이 더 적극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 민주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야5당은 '원내 교섭단체 기준 완화'에 합의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현재 '국회의원 20인'에서 더 낮추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그 기준을 '15인'으로 줄기는 국회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만약 교섭단체 기준을 '15인'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더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 당장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모두 '15인'이란 완화된 기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정당끼리 연합한다면 그들 역시 거대양당과 동등한 입장에서 원내 협상에 참여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진보적 성향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연합하면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그동안 A와 B라는 플레이어가 양자대결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C까지 나서 삼자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소수정당이지만 국회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이는 유럽 등 많은 민주국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8년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10인'으로 기준을 대폭 낮추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만 추가로 독자적인 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처럼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교섭단체 기준을 어느 선까지 완화할 것이냐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더해 선거제도가 개편된다면 연합정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게 결선투표제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선·지자체장 선거에서 다득표한 후보를 당선인으로 선출한다. 그런데 다득표한 후보가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만 놓고 다시 한 번 투표하는 제도가 결선투표제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2000년 이후 진보정당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2000년대 민주노동당은 총선에서 국회 10석을 얻고, 지방선거에서 15명의 광역의원과 66명의 기초의원을 배출하며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대통령이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 1등만 당선되는 선거에선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계속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보수정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보정당 후보들은 선거 때만 되면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표가 분산되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에게 아낌없이 표를 줄 수 있다. 소수정당 후보들은 사퇴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된다. 결선투표제는 선거 때 진보정당이 자기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 후보가 비록 낙선을 하더라도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와 연합정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이는 단순히 정책협약을 맺는 수준을 넘어 연립정부 구성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결선투표로 진보정당이 보수정당의 정치적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자중지란 될 가능성이 높고, 보수텃밭으로 불리던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십 년 이어져온 일당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정치적 공백이 생기면서 진보정당이 노동자나 여성,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 5당의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02.19. ⓒ뉴시스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무력화됐다. 이번 야당 합의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위성정당 방지법,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사표를 줄이는 방법이다. 의원수 확대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연합공천이 보장돼야 한다. 현행 법으로는 정당 간 연합이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광장연합후보'로 지지하며 사퇴하고, 이재명 후보 선거유세를 돕는 모양새가 됐다. 만약 정당 간 연합을 제도화한다면 뜻이 맞는 정당끼리 연합해 후보자를 함께 공천하고, 선거운동을 함께할 수 있다. 이처럼 연합할 경우 정당 간 합의된 공통공약 제출을 의무화하자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온다.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을 개정하면 되는 문제다. 이처럼 다당제 실현을 위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진보정당은 여론을 등에 업고 원내외에서 전략을 구사하면서 실제 성과를 내는 정당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유권자들 입장에선 어떤 현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요구만 하던 진보정당에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석진 진보정책연구원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예를 들어 교섭단체 구성 기준이 완화되고 결선투표제가 생긴다면, '우리가 좀만 더 하면 집권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며"그런데 지금은 그런 제도가 없다보니 1%의 지지율을 2%로 올리자, 3%로 올리자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초창기 민주노동당 때 이런 제도까지 있었다면 당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진보적인 민주연립정부까지 꾸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제도가 있다면 더 높은 단계로 확 넘어가는 상상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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