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열전⑯] 택배노동자 김광석 “국민의힘 당직자인 아내도 내가 ‘빨갱이’라고 생각해요”newsvop
‘택배’는 이제 단순한 ‘배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택배는 이제 마치 도로나 통신망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회 기반시설처럼 여겨진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택배 이용횟수는 70.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1인당 2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1년 만에 2.8배나 증가한 것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가구당 택배 서비스를 연간 281.2건이나 이용한 셈이다.
그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노동조합 죽이기’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흔들면 노조를 죽이진 못해도 최소한 힘은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합의는 해줬어도 순순히 이행하지는 않겠다고 버티는 게 아닐까요.”택배 물류 노동은 많은 이들이 ‘21세기 탄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 택배 노동은 집안에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낼 새로운 기회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대구에 있는 섬유회사 일하던 그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그만두게 되고,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이곳 경주 구도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고깃집, 함바식당, 술집 등을 운영했지만 경주 구도심 지역 상권이 쇠락하면서 장사를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이후 시장 채소가게에서 납품차 운전하다가 주야 2교대로 일하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업했다. 하지만, 6개월 수습을 거의 마칠 무렵에 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12년 전 택배 일에 뛰어들게 됐다.
아울러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관련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화를 보통 하루에 100통 가까이해요. 걸려 오는 전화 때문에 일을 못 할 지경일 때도 많아요.” 지난 1월 대구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이 사회적 합의 주체로서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나서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광석 지부장 기자회견 ⓒ김광석 지부장 제공 주6일 근무 강요도 심각하다. 지난해 6월 체결한 2차 사회적 합의서엔 ‘국토교통부는 금년부터 주 5일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2022년 상반기 중 생활물류서비스법 제21조에 따른 정책협의회에서 논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에게 주6일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10년 넘게 계속 내려가기만 하던 택배요금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와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올라갔어요. 원가 상승 요인이 170원이라는 구체적 계산과 이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거쳐 택배요금을 올린 겁니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그 170원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와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에 다 쓰지 않고, 적어도 50% 이상은 자기네들 영업이익으로 가져간 거예요. 택배노조는 그래서 택배요금 인상액 사용처를 분명히 밝히고, 요금 인상의 목적과 달리 그 돈을 회사의 이익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거에요.”상황이 이렇다 보니 몸이 아파도, 사정이 생겨도 쉴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택배노동자들은 절대 아파서는 안 된다.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되면 비싼 돈을 들여 ‘용차’를 구해야 하고, 내가 못하면 주변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싶었던 노동자가 가입을 요구하면 “왜 꼭 산재보험 들려고 하냐. 각자 보험 들어. 너희들이 개인사업자고, 사장인데 누구보고 들어달라고 하냐”면서 발뺌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아파도 누구 하나 선뜻 병원에 가지 못한다.“제가 아는 택배노동자가 오전에 택배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몸이 아파서 병원에 좀 갔다 오려고 대리점 소장한테 부탁한 적이 있어요. 주변에 부탁하기가 미안해서 짐 좀 받아주면 안 되냐고 부탁한 거예요. 그런데 대리점 소장이 ‘병신들만 다 모아놔서 안 되겠다. 젊고 싱싱한 걸로 갈아야 되겠다’고 했다는 거에요.
“그날 가서 보고 하나로 힘을 모아 움직이는 지역은 우리 경주보다 훨씬 상황이 낫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매번 서브터미널에 간선차가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어 배송이 늦게 시작되고, 이 때문에 별 보고 퇴근하는 게 경주에선 다반사였는데, 택배노동자들이 힘을 모은 광주지역 이야기를 들으니 사정이 다르더라구요. 우리는 빨라야 오후 1시에 배송을 시작하고, 2시나 3시에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주는 오전 11시면 배송을 시작한대요. 물류센터가 있는 대전에서 경주나 광주가 거리상으론 차이가 거의 없는데, 두세 시간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경주로 돌아온 그는 동료들과 함께 경주지역 서브터미널에서 택배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큰 바람은 ‘우리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 보자’는 것이었다. 택배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배송 시작 시간을 두세 시간 앞당길 수 있으면 가족과 저녁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조 중앙도 재정이 어려워서 활동비 지원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활동비도 사비로 충당했어요. 또 노조 활동을 하려다 보니 예전처럼 오랜 시간 일할 순 없어서 수입도 자연히 줄어들었죠. 나가는 돈은 많아지고, 수입을 줄어들다 보니깐 솔직히 가정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친구가 담당하는 지역에 아파트가 있어서 수입이 그래도 괜찮으니깐 그곳 물량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뛰기도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노조에서 동료 조합원들이 활동비를 보조해줘서 이전보다는 나아졌어요.” “잘못된 것을 바꾸자고 이야기해도 ‘회사가 있어야 우리가 먹고 산다’, ‘회사가 잘 돼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리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곳 대구·경북에선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요. 제가 노동조합 교육에서 박근혜 정부의 반 노동적 정책을 비판했더니, 뒤에 있는 조합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왜 그렇게 욕하냐고 항의를 하더라구요. 노동조합 입장에선 반 노동정책을 펼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든, 문재인 대통령이든 모두 비판할 수 있는 건데 그런 반응이 나오기도 해요. 노조 정치 사업을 통해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이야기해도 뒤에선 보수 유튜브 채널을 보는 조합원들이 있어요. 솔직히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죠. 심지어 아직도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빨갱이’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솔직히 우리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아내가 경주에서 국민의힘 당직자로 일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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