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누구나 김소월(1902~1934)의 시 한 구절은 외우고 있다. 어느 집을 가도 소월 시집이 꽂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한국인은 누구나 김소월의 시 한 구절은 외우고 있다. 어느 집을 가도 소월 시집이 꽂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소월 시가 흐르고 있다. 산, 강, 집, 계절, 죽음, 사랑과 이별 속에도 소월이 들어있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있어 가슴에 진달래 꽃물이 들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의 시는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가슴에 담으면 된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시를 훼손한다. 어렵지도 않다. 누구라도 자신만의 촉감으로 시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소월은 ‘시란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물론 소월 이전에도 시인들은 있었다. 최초의 신시는 최남선이 1908년에 잡지 ‘소년’에 발표한 ‘해에게서 소년에게’이다. 전통적인 운율을 깨뜨려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서 문예지들이 속속 창간되었고, 많은 신시들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 시들은 산문을 분절시켜 시에 대한 개념을 표백시켰을 뿐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소월은 하늘이 내린 시인이었다. 스무 살 전후의 시들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그럼에도 문단의 벽은 높았다. 기존 시인들은 소월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홀로 시를 써서 스승 김억에게 보여줄 뿐이었다. 소월의 시를 접한 당대의 문사 박종화는 탄복했다. “무색한 시단에 소월의 시가 있다.” 소월의 시는 어지럽고 마른 시단에 함초롬히 피어난 꽃이었다. 단번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당시로 말하면 모두 다 외국어식 언어사용에 열중하여 조선말다운 조선말은 사용치 못하던 때에 소월이는 순수한 조선말을 붙들어다가 생명 있는 그대로 자기의 시상표현에 사용하였던 것이외다.” 소월의 시는 세월이 흘러도 제자리에서 향기를 뿜었다. 시가 노래를 품고 있어 많은 명곡들이 만들어졌다. “제 눈에는 우리네 시간의 강물이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 곡조에 맞춰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모래톱엔 노랫말 영롱한 동요가 있고, 어느 여울엔 의미심장한 가곡이 있으며, 어느 물굽이엔 시적인 비유가 빛나는 노랫말의 가요가 있습니다.” 1920년대에 많은 시인이 출현했지만 그들의 시는 햇살에 바래고 풍화하여 희미해졌다. 김소월만이 한용운과 더불어 우뚝 솟아있을 뿐이다. “배운 바 없는데도 민족의 정서와 가락으로 시를 빚었다. 당할 사람이 없는 서정의 종조이다. 남과 북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출현은 기적이고 그가 있음은 축복이다.” 소월의 삶은 치열했지만 불행했다. 김억은 요절한 소월을 추모하는 글에서 몇번이나 ‘불행한 시인’이라며 탄식했다. 절필하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좌절을 견디지 못해 32년의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당시의 천재들이 그러했듯이 젊은 날에 절창을 쏟아내고는 홀연 세상을 떠났다. 김택근의 묵언 구독 구독 올해는 시집 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은 1925년 12월26일 매문사에서 나왔다. ‘산유화’ ‘못잊어’ ‘먼 후일’ ‘초혼’ ‘엄마야 누나야’ ‘부모’ ‘팔벼개 노래’ ‘개여울’ 등 시 127편이 실려 있다. 작가 서해성은 우리네 여윈 모국어의 언덕에 ‘진달래꽃’이 피어있다고 했다. 그래서 소월이 처음 피워낸 꽃은 100년 동안 피어있는 한글 봄꽃이라고 상찬했다. “그날 이후 향기 나는 모국어는 다 ‘진달래꽃’에 빚졌다. 모국어로 쓴 글과 노래는 다 진달래꽃이다. 이 강토가 진달래 강토이다.” 그럼에도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보이지 않는다. ‘K컬처’가 지구촌을 사로잡는 시대에, 시인 수만명을 보유한 ‘시인의 나라’에서 이럴 수는 없다. 내란이 일어나 모든 힘을 소모한 탓인가. 아니면 늘 곁에 있어서, 너무나 친근해서 잊은 것인가. 아직은 늦지 않았다. 12월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라도 100년을 기리는 일에 새 정부가 나서주기 바란다. 물신만을 좇는 천박한 나라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라. 소월의 시혼이 깃든 저수지의 물로 글밭을 가꾼 문학계, 소월의 시로 노래를 만든 음악계, 인세도 없이 소월의 작품을 펴낸 출판계 등이 모두 나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제대로 된 기념관 하나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뜰에 진달래꽃이 피어있는 소월의 집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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