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칼럼] ‘역사전쟁’이라는 섣부른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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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칼럼] ‘역사전쟁’이라는 섣부른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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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입장 차이는 명백한 것이며, 상대방의 입장은 불만스러운 것을 넘어 어떻게든 꺾어버리거나 아예 싹을 잘라버려야 할 것이다 싶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수많은 차이가 공존하고 각축하는 다양성의 공간이고 그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안정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와 다양성의 각축과 경쟁을 여하히 조정하는가가 바로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되어 있던 홍범도를 비롯한 식민지 시대 무장독립투쟁 영웅들의 흉상 철거·이전 결정과 후속 논란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이를 ‘역사전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전쟁이라는 선정적 표현까지 쓸 필요는 없겠으나, 식민지화를 통해 근대 경험이 시작되었고 식민지 체제의 종식이 온전한 민족국가의 수립으로 이어지는 대신 냉전 체제의 영향 아래 좌우 대립과 참혹한 내전을 통한 분단 체제의 고착으로 이어진 한국 근현대사의 복잡한 내력을 생각하면, 과거사의 교훈을 올바로 정리해 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이를 둘러싼 해석 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시간이 가도 그저 계속 팽팽하게 적대적 평행선을 그어왔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런 논란이 시작된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과 제도적 민주화의 일정한 정착 이후 그나마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뒤의 일이며, 동시에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자유롭고 공개적인 사회적 대화와 토론, 관련 법이나 제도의 정비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점차 해소되거나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얻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불만스럽다고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무시하고 한꺼번에 세상을 바꾸겠다고 도모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자기 입장을 절대시, 신성시하거나 상대방의 다른 입장들을 폐기나 절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민주정치가 아니라 폭력적 전제정치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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