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장인 집단의 운명’과 ‘산업부문 노사의 동맹 양상’이 독일·영국·미국·일본의 차이를 만들어냈음을 저자는 치밀하게 논증한다. ㅣ 전혜원 기자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이민호군 사건을 취재했다. 원예를 전공한 이 군은 지게차 자격증을 땄다는 이유로 제주도의 한 생수 공장에서 기계 관리자로 일했다. 정사원이 하던 일을 혼자서 맡았고, 지도해주는 사람도 따로 없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말했다. “실습생에게 멘토를 붙여서 ‘넌 그냥 쫓아만 다녀라’ 끌고 다닐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겠나?” 기업이 현장실습을 직업훈련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음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렇지 않은 나라들도 있다. 예컨대 독일은 어떻게 직업훈련 시스템을 고도로 발달시킬 수 있었을까? 미국의 비교정치학자 캐슬린 실렌이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책이다. 이에 따르면, 19세기 말 사회민주당 계열 노동조합의 기세를 꺾고 싶던 독일 보수파가 전통적인 수공업 단체에 직업훈련 권한을 준 것이 시작이다.
보수파의 의도와 달리, 이 시스템에서 숙련을 쌓은 공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자격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사업장이 직원을 훈련시키는 제도를 ‘철폐’하기보다는 사측과 공동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독일의 산업별 노동조합이 산업부문 사측과 동맹을 맺어 직업훈련 시스템을 강력히 옹호하며 체제의 운영자가 된 배경이다. 이렇듯 ‘전통적 장인 집단의 운명’과 ‘산업부문 노사의 동맹 양상’이 독일·영국·미국·일본의 차이를 만들어냈음을 저자는 치밀하게 논증한다. 어떻게 고용주가 현장실습생 교육에 기꺼이 투자하게 할 것인가. 실습생이 직업훈련을 경력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장실습생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의 숙련 형성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은 고용주 일부를 포섭하는 정치의 문제로 되돌아온다. 듣던 대로 무시무시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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