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외교 등 중요한 파트너과거 정책 장점은 계승하며지속성·신뢰성 강화 노력을
지난달 중순 한국동남아학회는 차기 정부의 아세안·동남아 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미·중 간 전략 경쟁 심화로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위축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전략적 포괄적 동반자로서 아세안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아세안은 우리의 제2의 무역 상대이자 주요 투자 대상지로서 최근 세계 경제 구조의 재편과 강대국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최우선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가장 많은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아세안의 중요성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주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신남방정책은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아세안을 경제적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을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 마찬가지로 예우하며, 집권 2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NSP는 아세안 측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NSP 내에 아세안과 전혀 다른 성격의 인도를 포함해 정책 목표의 모호성을 증가시켰다. 더불어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협력 체계 미흡으로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아세안에 특화된 정책으로 '한·아세안 연대 구상'를 선포하면서 향후 5년간 한·아세안 협력 기금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아세안의 높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KASI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위 정책이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정책의 입안과 추진을 담당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아세안 측의 적극적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큰 호응을 받으며 추진되던 NSP가 종료되고 새로운 KASI가 등장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 공감과 신뢰의 기반이 든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는 일관성과 진정성을 담은 고유한 대아세안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 두 정부가 추진한 아세안 정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의 명칭을 정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입안해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책 내용에서 유사성이 컸던 NSP와 KASI의 장점을 살리고 아세안 측에 연속성과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NSP의 내용과 진정성을 담은 'KASI 2.0' 추진을 선언함으로써, 아세안 정책의 연속성을 주장할 수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연장될 경우 이는 아세안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의미한다. 한편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이전 정부의 정책을 대승적으로 계승하는 'KASI 2.0'은 차기 정부의 포용성을 상징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KASI는 향후 어떤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될 아세안 정책의 명칭이 돼 아세안이 우리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게 되는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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