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한국 정치]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도…‘우리 편’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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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한국 정치]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도…‘우리 편’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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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가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닌 ‘문제 자체’가 됐다는 자성에는 진영도 여야도 없었다. 정치가 회복돼야 한다는 다짐의 말도 넘쳤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다짐과 자성’ 이후 정치가 뒤따라오지 않았다.

“분열과 분노의 정치를 끝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정치 때문에 현실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가 되고 이렇게 말했다. “거울을 들여다봅시다. 저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현장 정치인들에게 다시 물었다. ‘극단적 정치는 누가 만들었나’, ‘왜 대결 정치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나’,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진단은 근본적인 데 미쳤고, 자성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으며, 다짐은 명확했다. 강성 지지자를 바라보는 팬덤정치와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그 바닥에 깔린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문제 등이 고루 언급됐다. 누구는 “오래 정치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고 했고, 다른 이는 대통령의 인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자성과 함께 제도 변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메시지가 집약되는 대통령 연설은 ‘협치 실종사’에 가까웠다. 국내 이슈를 다룬 ‘정치인 윤석열’의 10대 연설을 살펴보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국내 이슈 10대 연설로는 2021년 6월 정치참여 선언부터 당 후보 수락 연설, 대통령 당선 연설, 취임사를 거쳐 두 차례의 국회 시정연설과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광복절 경축사와 취임 100일 회견 연설, 그리고 지난 1일 신년사를 꼽을 수 있다. 취임 전후 등장한 ‘통합과 협치’ 메시지는 취임 첫 달 이후 사실상 지워졌다. 지난해 5월16일 추경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자를 자처하고, 5·18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야권과 거리를 좁혔으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자유와 함께 핵심 국정철학이 된 연대를 거듭 말했지만 그 대상과 범위는 한정됐다. 인사에선 요직의 검찰 편중, 편향 인사 등으로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취임 237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오래 발 담은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사 부문에서 정치 복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진영 내 비판적 세력에도 손을 내밀어야 하고 다음 개각에서 야당 추천을 받아서 2~3명 정도는 탕평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며 “ 기존 정치에서 홀가분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닌가”라고 말했다.대결 정치의 한복판에 있었던 여야 정치인들의 진단은 외부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 여당 중진 A의원은 “정치는 사법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치유하는 수단인데 정치가 불신받는 현실에 비애가 깊다”면서 “결국 정치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대각성,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차례로 전당대회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높인 점을 두고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양쪽에서 제기됐다.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제와 양당 체제에서 정당은 모든 정치 수요자의 요구를 담아야 하는데 팬덤에 의존하면 어떻게든 정당을 지배할 수 있으니 소수 지분으로 당을 장악하고 그때부터는 그게 국민 목소리의 절반인 것처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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