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수학을 학문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 1년 반 동안 15명의 ‘수포자’ 고등학생을 만나 심층 인터뷰해 박사 논문까지 낸 김성수 교사의 말이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경기 덕양중학교 김성수 교사.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올해로 20년차 수학교사인 경기 덕양중학교 김성수 교사는 2016년 초쯤 일명 ‘수포자’라 자신을 지칭하는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대답은 김 교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지난달 24일 덕양중에서 만난 김 교사는 “당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수학을 싫어할지라도 그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학생들은 수학을 학문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휴직하고 국내의 한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 수업을 듣고 있던 그는 학생들의 답을 듣고 바로 박사 논문의 주제를 ‘수포자’로 잡았다. 약 1년 반 동안 15명의 ‘수포자’ 고등학생을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초·중·고 수학 교육과정을 분석한 박사 논문인 을 올 2월 발표했다. 김 교사는 “수포자들을 만나보니 수학을 싫어하게 된 과정과 이유가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포자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좋은 성적을 받길 원하는 부모의 권유나 강요에 따라 학원·과외를 통해 처음 수학 공부를 시작한다”며 “이 때문에 수학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고 문제풀이를 하는 것’으로 자리 잡는다”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때는 사교육을 통해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 x·a·b 같은 영어 기호와 함수·유리수·동류항 등 어려운 기호들이 등장하고, 이를 보면서 덜컥 겁을 먹게 된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복잡한 공식을 달달 외운다. 학생들은 이때부터 수학을 싫어하면서 잘 못하게 되고, 고등학교 때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스스로 ‘수포자’의 길을 택한다는 게 김 교사의 분석이다. 김 교사는 “기본적으로 수학은 기초 내용을 알지 못하면 학습하기 어려운 학문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학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전혀 교류를 안 하니 중학교 때 갑자기 교과 내용이 어려워져 수포자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입에서는 상위 4%를 뽑아낼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대다수에게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시험에서 낸다”며 “총체적으로 보면 ‘수포자’가 생기는 것은 개인의 탓이 아닌 교육과정, 구조의 탓”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 교사는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우는 지나친 입시경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수포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잘못된 경험들을 하지 않게 하는 것부터 해나가야 수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하며 다른 수학교사들과 함께 대안 수학교과서를 만들었다. 현재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이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대안교과서는 각 단원마다 어려운 수학 기호와 공식은 가장 뒤에 나온다. 학생들이 수학 지식이 없더라도 일단 빈칸을 채울 수 있게끔 하는 흐름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함수의 기울기를 배우는 단원에서는 계단의 경사도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경사도가 다른 계단의 생김새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말로 풀어서 길게 써보도록 한다. 김 교사는 “수학은 보통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과 서로 토론해 보면서 자신만의 답을 써보는 과정 역시 수학의 과정이며 틀린 것이 아니다”라면서 “수학을 ‘변별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을 바꿔야만 수포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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