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스카우트 대장 A씨는 첫날부터 파행을 예감했다. 온열환자가 속출했으며, 화장실 위생...
‘베테랑’ 스카우트 대장 A씨는 첫날부터 파행을 예감했다. 온열환자가 속출했으며, 화장실 위생 문제가 터졌다. 대통령이 개영식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 대원들이 출구로 몰리면서 압사 사고 위기도 있었다.[주간경향] “‘여기서 지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개영식이 열린 대회 이틀째 140명에 가까운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대규모 온열환자보다 힘들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A대장은 “ 대통령 경호 문제로 대원들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 2~3시간을 줄 서서 대기해야 해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도 꼬였다. 조직위가 당초 마련한 프로그램 순서가 바뀌거나 빠지면서 무대에 오르기로 한 대원들이 오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다음이었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간 후 군중을 통제하는 주체가 없었다. 대원들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누구 하나 제대로 통제하고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 압사 사고 안 난 게 다행일 정도로 당시엔 아찔했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기본적인 인원 점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입국도 안 한 예멘·시리아 대원들을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했고, 남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 스위스 여자 잼버리 대원들을 배치했다가 다시 호텔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공무원·공공기관 강제 동원 논란도 일었다. 8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이 동원됐고, 아이돌 차출 논란이 일면서 권위주의적 행태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A대장은 “탁상행정의 극치였다”고 했다. 그는 “조직위의 부실한 준비와 허술한 대응이 이번 대회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장과 조직위 간에 소통이 전혀 안 됐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리가 나니까 현장과 동떨어진 지침이 나올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 키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스카우트 대장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엔 조직위 등을 성토하는 글이 넘쳐났다. A대장은 “자국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차별을 당해야 했던 어린 대원들한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국내 스카우트 대장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A대장은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공식 항의하기 위해 9월 2일 국내 스카우트 대장 150여명이 모처에 모여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대회 차질 우려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외신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회 초반부터 온열환자 속출과 같은 영내 피해 상황을 보도해온 영국 BBC방송은 8월 8일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의 학부모를 인용해 “끔찍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월 4일부터 홈페이지 상단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제목으로 별도 제보 코너를 만들어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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