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과 소통합니다”...유가족 위해 밤샘은 기본이라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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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유전자감식팀 이끄는 박현철 실장 역대 최악 산불 사망자도 최다 국과수도 신원 확인 작업 착수 제주항공 사건도 수일 매달려 화성 이춘재·수원 영아살해 등 미제 사건 해결 때마다 결정적 유가족 ‘위로됐다’ 말에 보람

미제 사건 해결 때마다 결정적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경북 지역 일대로 확산하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가 될 전망이다. 사망자 수는 28명으로, 산림청이 산불 관련 인명 피해 통계를 발표한 이후 최다 희생자를 낳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신원 확인 업무를 맡고 있는 박현철 변사자신원확인실장은 28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산불 피해자들의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해 당국으로부터 50여 개의 유전자 샘플을 받아 감식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 사고의 경우 손상된 조직이 많지만 미량의 DNA라도 존재한다면 감정할 수 있다”며 “이론상으로는 0.025pg까지 분석이 가능하다”고 담담히 설명했다.2010년 국과수에 들어온 박 실장은 지난 15년간 한국 사회의 사건˙사고를 함께하며 유전자 분석 업무를 맡아 왔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유전자분석과 인력 전원과 함께 일주일 동안 밤을 새워 가며 1000개가 넘는 시료를 분석했다. 또 23명이 사망한 2023년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에도 참여했다. DNA 감정은 신원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DNA 안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의 반복된 서열을 비교하는 STR 기법이 주로 사용된다. 다만 형제자매의 경우 STR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발전한 덕에 극소량의 시료만으로 DNA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기술력은 범죄수사 분야에서도 빛을 발해 희생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작은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돼 2019년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가 대표적 사례다. 실종 아동을 둔 부모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실종됐을 경우 가족이 DNA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검사 대상의 DNA와 실시간으로 비교·확인이 가능하다. 2005년 제정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근거다. 지난해 ‘10년이 경과된 실종 아동의 유전 정보를 폐기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면서 제도적 허점도 보완했다. 박 실장은 “갓 태어난 자녀를 죽이고 냉장고에 수년간 보관했다 2023년 검거된 ‘수원 영아 살해 사건’을 계기로 유기된 영아들의 DNA를 전수 검사했다”며 “이를 통해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다수의 사건을 해결하게 돼 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국과수 업무로 작게나마 위로를 얻었다는 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구성원 모두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밤을 새울 수 있는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국외로 강제 동원됐다가 현지에서 사망한 피해자들의 신원을 규명하는 데도 참여하고 있다. 1943년 미국과 일본이 격전을 벌였던 남태평양 키리바시 공화국의 타라와섬에서 발굴된 고 최병연 씨의 유해는 2023년 국내로 봉환된 바 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인 황기환 애국지사의 DNA 정보도 국가관리기록으로 영구 보존 중이다. 앞으로도 DNA 분석 활용도를 높일 여지는 남아 있다. 현재 성인 실종자들의 DNA를 관리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실종 아동은 물론 범죄자의 DNA도 국과수가 관리하고 있지만 성인 실종자는 그렇지 않다”며 “19대 국회 때부터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데, 22대 국회에선 꼭 결실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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