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효진씨는 되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효진씨는 지난해 10월29일 지인들과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티’자 골목에 홀로 휩쓸렸다 간신히 빠져나왔다. 며칠간은 온몸에 파스를 붙여야 했을 정도로 압박으로 인한 통증이 심했다. 하지만 몸에 난 상처보다 깊었던 것은 살아난 뒤 들려온 ‘말’이 남긴 상처였다.
참사가 벌어지고 1년, 지금까지 책임을 진 정부 관계자는 없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윗선 잘못이지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탄핵소추를 당한 안전최고책임자에게 헌법재판소는 ‘잘못은 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면죄부를 줬다. ‘159’라는 희생자 숫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생존자들의 자책이 이 책임 부재의 공간을 빠르게 메워나갔다. 생존자 동은진씨도 자책감과 싸우고 있었다. 여전히 이태원을 찾지 못한다는 그는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었어요. 제가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다는 점을 오래 자책했어요. 내가 그날 그곳에 가서 사람들이 다친 게 아닌가, 끝내 돕지 못해 참사가 커진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오래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책을 발간한,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초롱씨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심폐소생술을 하지 못했던 자신을, 사고 직후엔 자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효진씨는 “누군가를 만나도 이제 먼저 말을 건네기가 두렵다. ‘혹시 이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놀러 가서 죽지 않았냐’라는 말이 너무 큰 충격이었고, 가장 힘들었어요. 비난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당시 참혹한 현장을 못 봤을 테니까요.” 은진씨는 헛헛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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