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지령도 없이 스스로 행동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내게 지령을 내린 자가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입니다” 10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송예은씨는 자신을 ‘배우를 꿈꾸는 한 학생’으로 소개했다. 그가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숨이 막혔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응원봉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10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송예은씨는 자신을 ‘배우를 꿈꾸는 한 학생’으로 소개했다. 그가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숨이 막혔다”며 눈물지을 땐 시민들이 함께 글썽이며 “괜찮아! 괜찮아!”를 외쳤다. 이어 그가 눈물을 그치고 “누구의 지령 없이 오늘 스스로 집회에 나온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을 땐 함성과 박수가 뒤를 이었다. 매일 저녁 6시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출구 앞에서 열리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선 이날도 약 4만명의 시민들이 국회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이날 집회에선 일회용 종이컵과 양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돌 응원봉뿐만 아니라 하트·별 모양 등 각양각색의 응원봉과 ‘윤석열 퇴진’이 써진 맞춤제작 응원봉, 빈 페트병에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는 자체제작 응원봉 등이 집회를 다양한 빛깔로 물들였다. 응원봉을 흔드는 이들도 2030세대에 국한되지 않았다. 시민들은 응원봉 파도타기를 하며 “불법계엄 내란죄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날 집회에선 전날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하며 사퇴한 내란 피의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지난 3일 계엄 당시 지인들과 유가족들의 ‘지금 피해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자가 끊임없이 왔다. 이미 반정부단체로 낙인찍혔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두려움이 없는 존재가 자식 잃은 부모다.
한편 시민들은 “여전히 화를 삭힐 수 없어” 집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정운영을 도맡겠다는 것,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2월 혹은 3월 하야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 집회를 찾고 있다는 김면중씨는 “한동훈 대표, 한덕수 총리의 기자회견을 보며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기들 이해타산만 따져 움직이지 그 안에 국민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찾은 박지민씨는 “2월, 3월 하야 등은 말도 안 된다. 계엄이라는 불법적 상황에도 즉각 대처하지 않고 뒤로 미루기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북 경주에서 이날 처음 집회를 찾았다는 이아무개씨도 “왜 2월까지 질질 끈다는지 모르겠다. 민심이 이렇게 돌아선 마당에 무슨 의미인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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