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힘든 항암치료가 다시 시작됐지만, 김씨는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여 그가 없더라도 딸과 아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이준헌 기자
지난 3월 8일 경기도는 남매가 20년 넘게 살아온 의왕시에서 각각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책을 약속했다. 의왕시에 체험홈 1곳을 열고, 추가활동 지원시간을 편성해 남매 모두 24시간 공백 없는 돌봄을 지원할 계획이다. 체험홈은 장애인에게 일정한 주거공간을 지원해 일상생활과 다양한 사회활동 체험 기회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또 경기도형 지원주택 모델을 늦어도 내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지원주택은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주거유지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임대주택이다. 딸 지아씨는 체험홈에 거주하다 향후 지원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며, 아들 지호씨는 현재 거주하는 자택에서 24시간 돌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발달장애인 정책 시행과 관련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오는 3월 30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미하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과의 면담을 약속했다.
김씨도 자녀들에 대한 개인별 지원계획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임시조치에 불과했다. 김씨가 치료를 받는 6개월 동안 월 300시간 활동지원 시간을 늘리고 사례관리를 한다는 게 지원책의 전부였다. 김씨는 의왕시에 김씨의 부재 상황을 고려해 성별이 다른 남매의 주거분리 방안을 물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왕시에서는 딸을 시설에 보낼 것을 권유했다. 김씨는 남매 중 누구도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딸은 시설에 가면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김씨는 “희귀질환인 스미스마제니스증후군 특성상, 딸은 사람이 많은 환경에 대한 긴장도가 높고 드세고 요구사항이 많다. 이 질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시간을 두고 어느 정도 조율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조율하려 하기보다 약물을 점점 더 많이 투여해 딸의 도전행동을 잠재우려고만 할 것이다. 시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도움으로 서울의 지원주택을 견학하고, 시범사업 때부터 지원주택 사업을 하고 있는 충현복지관과도 상담을 했다. 충현복지관 지원주택 담당자는 김씨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문의를 해오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담당자는 “부모나 보호자가 갑자기 사망하거나 병에 걸려 지원주택에 입주하게 되는 경우가 대략 3분의 1 정도다. 자녀가 성인기면 부모님들도 고령이다 보니 정보력 등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서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급박한 상황에서 운 좋게 저희와 연계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라며 “30대 후반의 다운증후군 딸을 홀로 돌보던 어머님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면서 딸은 체험형 주택에서 생활하다 이후 지원주택에 입주해 자립을 한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스스로 요리도 잘하고, 도움없이 혼자 집도 잘 찾아오는 아들이 지금 살고 있는 임대주택에서 주거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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