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속 상태였고, 변호인들 역시 주 4일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재판하고 돌아가 밤새 증거 기록을 보면서 재판을 준비하고, 다시 아침이면 재판정에 출석했다. 변호인단은 '주 4일 재판 일정은 부당하다'며 '주 4일 재판을 진행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재판부도 실체적 진실이 발견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숙지하실 수 있는지 감히 의문이 남는다'고 재차 항의했다.
박근혜 회고록 관심 재판은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매주 3회씩 열렸는데 매번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심지어 2017년 6월부터는 매주 4회로 진행됐다. 나는 당시 허리와 어깨 통증 등으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 지친 상태였다. 특히 허리 통증으로 10시간 가까이 재판정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 마치 독침에 쏘인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7월 10일에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발가락 문제 때문에 걷기 힘든 지경이어서 재판에 나갈 수 없었다. 당시 내가 이 부회장과의 대면을 피하기 위해 불출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이 문제 삼는 SK나 롯데와의 문제 역시 앞서 다른 기업들과의 사례와 비슷하다. 검찰은 2016년 2월 내가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면세점 특허 갱신과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의 가석방 청탁을 받으면서 K스포츠재단의 가이드러너 지원 사업, 해외 전지훈련 지원 사업 명목으로 89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러너 사업은 나중에 실무 진행 과정에서 SK그룹 담당자가 K스포츠재단 측이 요구한 금액이 너무 많아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K스포츠재단 측에서 처음 요구했던 89억원을 감액하고 절충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K스포츠재단에서 SK 관계자에게 자신들이 지원을 요구한 것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연락이 와서 없던 일로 된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그런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되어 최 회장에게 가이드러너 이야기를 건넨 것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내가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한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거듭 죄송할 따름이다.
어쨌든 이 문제는 기존 재판에서 다뤄지고 있었음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에 빠져 있었다는 이유로 이 두 건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는 다른 공소사실 재판을 위한 “별건 구속”이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10월 13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 내용 중 SK그룹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최장 6개월간 구속이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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